성층권에 동풍이 불면 대류권에 일어날 일은? [지구환경과학자 열전] 손석우 서울대 교수:

서울대 자연대 대기환경과학과 손석우 교수는 다소 쑥스러운 듯 공부할 생각이 없었다. 학부 졸업 후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3월 25일 서울대 501동 연구실에서 만난 송 교수는 그래서 군대도 현역으로 갔다 왔다. 친구들은 공군 장교가 되겠다고 했지만 나는 복무기간이 가장 짧은 현역을 선택했다. 빨리 취직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서울대 대기과학과 1992년 학번인 그가 학부를 졸업했을 때는 1999년 초였다. 아뿔싸 한국이 외환위기가 한창이고 일자리가 막혀 있을 때였다. 그는 시간 끌러 대학원에 갔다. 그런데 대학원에서 공부에 늦어져 흥미를 가졌다.1990년대 말에는 일기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사회적 관심사였다. 석사과정 때 일기예보 관련 수치 모델을 연구했다. 석사를 마친 뒤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로 박사 공부를 떠났다. ‘펜스테이트(PennState)’를 선택한 이유는 석사 때 연구한 수치 모델을 이 대학에서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대학과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가 협업을 통해 만든 기후예측 모델은 당시 세계 최고였다.

www.met.psu.edu 유학을 가서 처음 2년 동안은 밤낮으로 공부만 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다. 공부가 끝난 뒤 일자리 걱정도 앞섰다. 하지만 논문이 잘 나오지 않았다. 박사과정 지도교수는 이수경 교수. 그는 손석우 박사과정 학생의 서울대 대기과학과 선배이기도 하다. 이수경 교수가 어느 날 손석우 학생을 불렀다. 물론 영어로 말했다. 석우야 너 카페에 일주일에 몇 번 가니? 여유를 가져 달라.” 손석우 박사과정 학생은 당시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학생은 공부만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시간이 좀 지나서야 지도교수의 말을 이해했다. 연구실을 나와서 카페에 갔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동료 학생들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연구 분야가 달라 이들과의 대화가 공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현상을 보는 시선이 확대됐다. 박사과정을 시작한 지 3년 반이 지나자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송 교수는 학생들에게 그때의 경험을 말해주겠다고 말했다.

졸업 논문은 중위도 제트역학에 대해 썼다. 중위도는 위도 3060도 사이 지역이다. 손석우 교수는 “매우 강한 바람을 제트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비행기 여행자들은 비행기를 타고 미국이나 유럽에 갈 때 제트기류 얘기를 듣는다. 비행기 꼬리로부터 부는 바람 때문에 비행기가 빨리 날고 비행기 머리 쪽으로 바람이 불어오면 비행기의 속도가 떨어진다. 이때 비행기는 10㎞ 상공의 대류권 계면 부근을 날는데 이곳에서 부는 강한 바람이 제트기류다. 송 교수에 따르면 제트기류가 남반구에는 2개가 있고 북반구에는 대서양에 2개, 태평양에 1개가 있다. 제트는 매일 방향과 세기가 조금씩 바뀐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는, 즉 기후학적으로 본 제트역학을 연구했다. 손석우 교수는 “기존 연구를 다시 들여다봤다”고 자신의 연구를 겸손하게 설명했다.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는 잠시 허리케인(동아시아에서는 태풍, 미국에서는 허리케인이라고 한다)을 연구할까 생각했다. 허리케인은 오래된 이슈이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꾸준히 이슈가 되고 있고 취업도 상대적으로 쉽다.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는 자리와 연구토픽을 고민하던 중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교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대류권 계면과 성층권 연구를 몇 년 전 새롭게 시작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이탈리아계 로렌조 포르바니 교수였다. 당시 성층권은 비교적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던 분야였다. 젊은 연구자는 새로운 연구 주제를 항상 찾기 마련이다. 손석우 박사에게도 성층권 연구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는 뉴욕에 가서 성층권(10~50㎞ 상공)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다. 그때 함께 박사학위 연구원으로 성층권을 연구했던 동료가 지금은 뉴욕대(NYU)에 있는 애드윈 거버 교수다. 송 교수는 “성층권을 연구해서 우리가 앞으로 잘 살 수 있겠느냐는 얘기를 하면서 지냈다”며 웃었다. 두 사람 모두 박사학위 연구원으로 2년을 보낸 뒤 대학에 정착했다. 거버 박사는 뉴욕에, 손석우 박사는 캐나다 몬트리올 명문대 맥길대 교수가 됐다.

맥길대/이미지 맥길대 뉴욕에서 몬트리올로 오기 직전 손석우 교수는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냈다. 컬럼비아대 폴 바니 교수 연구실에서 성층권 연구를 하면서 오존에 파고들었는데 그것이 주목을 받았다. 그때까지도 사이언스에 한국인 과학자 논문이 게재되면 한국 언론이 보도했다. 동아일보 등 한국신문 3사에 손석우 교수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기사가 나왔다. 손석우 교수의 아버지는 그때의 신문기사를 지금도 아끼고 있다고 한다.사이언스 2008년 6월 13일자 논문 제목은 ‘성층권 오존 회복이 남반구 중위도 제트에 미치는 영향(The Impact of Stratosphere Ozone Recoveryonthe Southern Hemispherly Jet)’. ‘오존이 기후를 바꿀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남반구의 기후변화는 오존층이 더 크게 작용한다. 여름철 기후변화는 80%가 오존 때문이다. 북반구는 상대적으로 오존의 영향이 적다. 내 당시 사이언스 논문은 대기화학 작용이 충분히 고려된 모델을 이용해 성층권 오존 변화가 남반구 기후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후 남반구의 오존 구멍은 남반구의 구름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손석우 교수는 이런 오존 연구에서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의 오존 평가보고서 작성에 저자로 참여했다. WMO/UNEP 오존 평가 보고서는 4년마다 작성하지만 송 교수는 2010년, 2014년 보고서 작성에 저자로 일했다. 손석우 교수는 오존 평가 보고서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프레온가스(CFC) 배출량이 오존 구멍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나온 이후 이 보고서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도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손석우 교수는 대기역학, 그중에서도 중층대기의 역학 과정을 연구한다. 중층 대기의 ‘중층’은 성층권을 말한다. 통상 기후변화라고 하면 바다, 해빙, 육상 식생과 같은 기후 구성요소의 상호작용에 따른 결과로 나타난다고 본다. 이들은 모두 아래에서 위에 있는 대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와 달리 나는 위에서 내려다본다. 대류권 상의 성층권, 즉 고도 10㎞ 이상의 지역이 대류권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성층권 오존층에 구멍이 뚫린 것은 1980년대 이후 큰 이슈였다. 프레온가스 과다 사용이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무엇보다 오존이라는 방파제가 약해지면서 태양 자외선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대두됐다. 손석우 교수는 지구 역사에서 오존층 형성은 중요하다. 오존층이 생기면서 지표면으로 떨어지는 태양발 자외선이 줄었다. 자외선 폭격이 끝났을 때 생명체가 바다에서 육지로 처음 올라왔다. 이때 지상에 양서류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성층권 과정이 기후를 바꾸는 또 다른 예는 화산 폭발이다. 1991년 폭발한 필리핀 루손섬 피나투보 화산 폭발 때는 분출된 화산재가 18㎞ 성층권에 올랐다. 성층권은 공기가 희박한 데다 이곳에 한 번 올라간 물질은 땅으로 잘 내려오지 않는다. 피나투보 화산재는 성층권에 1년 이상 머물렀고 태양광을 차단해 대류권 기온을 1년 새 1도 이상 낮췄다. 화산 하나가 지구를 크게 냉각시켰다는 얘기다. 손석우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100년간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올랐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대형 화산 폭발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고 말했다.손석우 교수는 맥길대 교수로 4년간 일하다 2012년 서울대로 옮겼다. 남극 성층권 오존을 연구하던 그는 서울대에 와서는 적도 성층권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적도성층권이 대류권의 구름을 바꾼다’는 논문을 써 2016년 학술지 네이처에 보냈다. 하지만 네이처 편집자가 손석우 교수의 연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했다. 상식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성층권이 대류권 계면의 온도, 바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봤을 뿐 성층권 과정이 구름을 바꾼다는 생각은 없었다.손석우 교수는 지금까지 ‘성층권이 대류권의 구름을 바꾼다’는 관련 논문을 총 4편 썼다. 첫 번째 논문은 현상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현상이 왜 있는지를 설명하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을 규명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링 연구를 지난 2년간 진행했고 모델링 실험 결과가 나와 현재 논문 작업을 하고 있다. 손석우 교수는 “이 논문이 주목받는 것은 구름을 정성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장기적 관점에서 구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발견이라고 말했다.

적도 25km 상공의 성층권에서는 풍향이 약 1년마다 바뀐다. 1년은 동풍이, 다음 1년은 서풍이 분다. 위의 표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손석우 교수가 노트북을 열어 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줬다. 그는 “10분만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다음 겨울 인도양과 태평양 적도 지역에 생기는 구름의 활동성을 정성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도 25km 상공의 바람 방향을 먼저 보여줬지만 바람 방향이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었다. 약 1년은 서풍이 불고, 그 후 1년은 풍향이 바뀌어 동풍이 분다. 성층권 준 2년 주기 진동으로 불리는 현상이다.

손 교수가 주목한 또 다른 현상은 ‘매든줄리안 진동(MJO)’이다. MJO는 미국 대기학자 두 명이 1970년대에 발견했다. 손 교수가 보여주는 자료를 보면 파란색으로 표시된 강수의 대가 인도양으로 만들어진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동쪽 태평양 쪽으로 이동했다. 구름 크기는 한반도 10배 이상이다. 이 거대한 구름은 태평양 중 하와이 섬 다소 미치지 못하는 날짜변경선까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동했다. 통상적으로 구름이 생기면 비를 뿌리고 사라진다. 그런데 이 거대한 비구름은 수십일간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계속 유지된다.성석우 교수가 입수한 것은 ‘성층권 준 2년 주기 진동’과 ‘매든 줄리앙 진동’ 간의 상관관계다.즉 성층권에서 동풍이 부는 경우는 인도양과 태평양 적도 대류권에서 구름이 40%나 많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성층권 지역에서 서풍이 부는 경우는 그 아래로 대류권의 구름이 반대로 줄어들었다. 성층권의 바람이 구름을 크게 바꾸고 있었다는 뜻이다. 손 교수는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성층권에는 공기가 희박, 대류권에는 공기가 많다. 가벼운 성층권 대기가 대류권의 무거운 구름 활동에 큰 변화를 준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첫 번째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출간한 뒤 성석우 교수는 2017년 두 번째 논문에서 주장을 좀 강하게 했다. 적도 대류를 성층권이 지배(control)한다’고 기술하였다. 그때까지 기후변화 혹은 기후변화는 한 방향이었다. 지표가 바뀌면 대기가 바뀔 것으로 봤다. 그러나 기후시스템은 대류권상의 성층권 요인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적도에서 확인했다.” 송 교수의 논문이 발표된 후 다른 연구자들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 연구를 내놨다. 일본과 호주 연구자들이 손 교수의 논문과 발표를 접하고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다.적도 성층권에서는 바람이 동풍과 서풍으로 왜 극적으로 변하는 걸까. 손석우 교수는 대기 중력파가 원인이라고 말했다.그는 대기 중력파에 의한 적도 성층권의 풍향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류권의 에너지는 파동의 형태로 분산하려 한다. 구름도 에너지 덩어리다. 이 중 일부는 자연스럽게 상층으로 전파된다. 그런데 이 파동이 우주까지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성층권에서 상당량이 쪼개진다. 즉 성층권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때 성층권의 바람 방향이 바뀐다. 마치 앞바다에서 만들어진 파도가 해안선에 부딪혀 갈라지고 이를 통해 해안선을 바꾸는 것과 같다.” 손석우 교수는 세계기상기구(WMO)가 운영하는 4대 기후 프로그램 중 하나인 ‘SPARC’의 공동책임자(cochair)로 일한다. 국제학계에서 그의 지위를 반영하는 활동이다. 세계기상기구는 날씨와 기후 분야의 유엔 조직이며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가 있다. SPARC(스팩으로 발음하는) 사무실은 독일에 있다.손석우 교수가 올해부터 책임을 맡은 SPARC는 한국어로는 ‘성층권 대류권 과정과 기후에서의 그들의 역할(Stratosphere Processes And their Rolein Climate)’로 옮길 수 있는 영어 표현의 줄임말이다. 손석우 교수는 “SPARC는 성층권 과정이 대류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다. 내부에 12개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각 프로젝트는 10여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며 코-chair는 각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손석우 교수는 이날 성층권 과정이 대류권에 미치는 연구에 대해서만 설명했다. 하지만 대기역학 연구자라는 게 그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는 용어라고 했다. 대기역학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바람은 왜 부는가” “제트는 왜 생기고 왜 변하는가” “저기압과 고기압은 왜 움직이는가”와 같은 광범위한 주제를 연구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손석우 교수의 실험실 이름도 날씨 및 기후역학 실험실이다. 다른 대기역학 분야 이야기도 흥미로운 듯했지만 모든 것을 듣지는 못했다. 취재를 마치고 일어났다. 그리고 서점에 들러 구름책을 샀다. 더 공부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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