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트 원슬릿, 송 뭐, 열광적인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아주 과거와 요즘, 아련하거나 괜찮다고 생각하는 영화에는 항상 있다. 본 영화 말고도 센스 앤드 센서빌리티 레이버 데이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봐서였겠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감정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드리스 알바는 영국 수사 드라마 <루터>를 통해 알게 된 배우인데, 스토리 전개가 독특해 어느새 그의 팬이 되어 버렸다. 누군가 흑인이 이렇게 섹시하고 멋있을 수 있었지만, 다소 인종적인 발언이라 하더라도 동의할 만한 발언이다
결혼식을 앞둔 알렉스(케이트 원슬릿)와 수술을 앞둔 신경외과 의사 벤(아드리스 알바)은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되자 민간 비행기를 빌려 가던 중 조종사가 의식불명이 되고 눈살을 찌푸린 산맥 한복판에서 조난을 당하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살게 된다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은 생존하는 이유로 서로를 사랑해서인지 생존하게 되면서 사랑이라고 느끼는지 혼란스럽다
대부분의 재난영화의 종국은 고립된 지역에서 탈출해 자신이 있던 자리도 돌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이 영화가 독특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몇 가지 사례가 있다. 물론 과거 얘기다. 과거에는 은행 본점에 속한 영업점 지하에 금고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내부에는 여수신 관련 서류와 신권, 심중후 교환해야 할 지폐, 유가증권 등이 보관돼 있었다. 영업시간 이후 금고를 폐쇄할 무렵 방송을 듣지 못한 직원이 금고 안에 갇히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결국 영업시간 이후부터 다음 날 영업 개시 전까지 꼼짝없이 밤을 보내야 한다는 얘기다. 연휴가 시작될 시기에는 며칠 동안이나 있어야 했다구. 물론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다가 폐암에 걸려 죽을 뻔했던 시절 얘기다.
금고를 열고 나서야 묘한 상황이 벌어진다. 만약 두 사람 모두 선남선녀였으며 금고에서 구조된 경우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물론 아닐 수도 있고. 다만 약간 꼬이는 경우는 어느 한쪽이 기혼자인 경우다. 더 심각하게 꼬이는 경우는 둘 다 기혼자의 경우다. 물론 당시는 휴대전화도 없어 별다른 구조수단이 없었을 때다. 이런 샹환이 영화로 관객에게 물어오는 상황이기도 하다. 너희들은 어쩌겠다는 거냐? 도시 금고에도 이 모양인데 산간 오지에서 먹을 것도 없어 호시탐탐 야생동물의 위험이 있거나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두 남녀의 감정은 어떠냐는 질문이다.
이는 결국 사랑의 속성에 대한 얘기가 돼야 한다. 위험을 느껴 심장이 뛰는 경우와 누군가를 각별히 사랑해서 심장이 뛰는 경우를 우리가 구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함께 헌신적인 돌봄, 지속적인 관심이 사랑을 낳을 것인가, 그 반대일 것인가. 사랑을 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속성이 처마 끝, 보살핌, 관심 등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선 답을 갖고 있다. 우험했으므로 사랑이란 감정이 생기지 않았고, 사랑함으로써 우리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말 같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감정은 잘 구별되지 않는다. 그래서 결혼날을 앞두고 청첩장이 인쇄된 뒤에도 정말 사랑하는 건지, 이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한다. 심지어 혼전 젊은 남자들도 이 사람과 맞지 않는 것 아니냐, 계속 이대로 살아가야 하나 하는 갈등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서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바퀴벌레처럼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감정이 얼마나 유효한가를 생각해 보면 이런 감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면 다시 듣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영화가 끝날 무렵 알렉스의 약혼자 마크는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녀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래서 알렉스는 단둘이 알고 있는 상황의 사진을 벤에게 보내며 그를 만나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린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기로 한 것이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그것은 사랑이었다로 끝난다. 그러다 문득 어느 유행가 대목처럼 사랑은 눈물 씨앗이라고 합니다라는 대사가 고개를 들며 이들의 뒤가 걱정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다만 사랑에는 유효한 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래서 그들이 그 기간 후에야 본전이 생각날지라도 그들만이 경험한 고유한 기억으로 그들이 계속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