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제대 후 소파와 일체화돼 어쩔 수 없이 TV 채널을 돌리던 시절이었다. 평일 낮에 약속도 없이 빈둥빈둥 리모컨이 멈춘 게 당시 유행하던 개그콘서트 재방송이었다. TV에서는 당시에도 유명 개그맨이었던 정종철이 나와 이상한 동작을 간신히 반복하고 있었다. 그 코너에 나오는 배우들 모두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고 그게 너무 힘들어 보였다. 개그맨들은 괴로워했고 관객들은 그것을 보며 즐겁게 웃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불쾌해서 TV를 꺼버린 기억이 난다. 무엇이 그렇게 불쾌하게 만들었을까. 다만 희극 배우들이 본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간신히 반복하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생각해 보면 개그 중에는 가학적인 요소가 많이 있다. 이른바 슬랩스틱 코미디라는 게 그렇다. 이상하고 과장된 몸짓에 맞고 쓰러져 깨지는 게 슬랩스틱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슬랩스틱 코미디라고 해도 최소한의 맥락이 있다. 하지만 맛파기에는 그게 없다. 왜 마파는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가. 아무런 맥락도 없다. 그저 힘들게 반복할 뿐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게 기존 슬랩스틱 코미디에는 괴롭히는 사람과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 그렇지 않으면 캐릭터가 고통받는 상황 등이 명확하게 나온다. 그렇다면 마파기에서 배우는 괴롭히는 캐릭터는 누굴까. 그렇다, 바로 관객이다. 우리는 그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알아. 바로 우리에게 잘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막바기가 죽는 상을 하면서 힘들게 동작하는 이유는 그걸 보고 있는 우리가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피지컬 갤러리를 좋아한다. 김계란 씨도 좋아한다. 예전에 해골을 가져와 얘기해준 영상도 좋아하지만 그 이후에 예능 요소가 많이 들어간 영상도 좋아한다. 그리고 피지컬 갤러리에서 가짜 남자라는 코너가 나온다고 했을 때 너무 기대했다. 계란님이 UDT 출신이라고 한 부분도 있고 그동안 육체적인 모습을 보여준 모습도 그렇고 아 제대로 된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중간주간 보여준 장난으로 지원하지 말라는 얘기는 기대를 더 높이는 역할을 했다.
막상 론칭된 영상을 보고 뭐라고 할지 당황스러웠다. 훈련이란 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가학적으로 괴롭히는 모습뿐이었다. 조교들은 공포 분위기를 형성하고 훈련병(?)들에게 기합을 주는 영상이 전부였다. 영상은 당혹감을 넘어 잔혹했다. 가장 당황한 것은 영상이 화자가 철저하게 조교의 입장이었다. 영상을 보는 동안 나는 컴퓨터 앞에 편하게 앉아 훈련병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1탄을 다 못 봤어. 중간에 다른 영상을 보기 위해 유튜브 마크를 눌러야 했다.
영상을 보면서 가짜 남자의 포맷은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재미없었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흥겨워지는 걸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재밌나? 무엇보다 재미없잖아? 그냥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는게 좋을까? 혼란스러웠어.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면 개인방송에서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는 건 낯선 일이 아니었다. 가짜 남자는 그런 경향을 메이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한국 사회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친 TV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맛파기를 선택한다. 우리에게 고통받는 누군가를 보며 즐길 수 있는 가학적 즐거움을 알려준 게 프로다. 그리고 그것이 흘러 가짜 남자까지 왔다. 걱정이 안 될 리가 없다. 맛파기가 우리에게 가학적인 즐거움을 알려줬다면 가짜 남자는 1인 미디어 시대에 가학적인 즐거움을 판매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싶다. 제일 무서운게 뭔지 알아? 그렇게 채널을 바꾼 지 몇 달 뒤 같은 소파에서 같은 자세로 매파기 코너를 즐겁게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