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나쁜가요? <치유본능>중에서 커피, 그것으로 몸에 좋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면, 그것은 확실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언뜻 보기에 매우 합리적인 것 같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라는 함정을 자주 본 적이 있는가. 여기서 말하는 과학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그 과학이다. 진리 탐구를 목적으로 자연의 도리를 밝히는 본래 의미의 과학과는 다르다. 물리학처럼 자연의 도리를 밝히는 과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입증의 근거로 쓰이는 실험실 과학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과학적 근거라는 것은 극히 제한된 조건의 가정 하에서 그 가설을 증명하는 것이다.

커피에 대한 연구결과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 사회에서 과학적 입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198090년대에는 커피가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불면증 고혈압을 유발하고 암 발생률도 높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녹차나 다른 건강음료를 마시려고 했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항상 줄여야 하는데 마시면 몸에 좋지 않은데 같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커피가 암을 예방하고 심장병 예방 효과도 있는 등 커피의 장점을 다룬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커피가 유방암 발생률도 줄이고 전립선암 발병 위험률도 낮춘다는 것이다. 스웨덴 의대, 일본 국립암연구센터 같은 유수 기관에서 발표했고 저명한 논문집에도 실린 연구다.

커피가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그에 못지않게 발표되고 있다. 골다공증 비만 고혈압 등을 유발하거나 심장병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실험실에서 동물실험을 거치기도 했고 수개월 또는 10년이 넘는 기간에 상당수 사람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해 얻은 연구결과도 있다. 도표와 수치로 나타난 구체적인 자료다.

커피가 건강에 좋은가. 나쁜가?커피관련된일을하는사람이라면아마커피가건강에좋다는연구결과를활용할것이다. 커피로 수익을 내는 한 기업이 있다면 자체 연구소를 두고 커피의 좋은 점에 대한 연구를 할 것이다. 혹은 특정 연구기관에 연구를 의뢰할 때도 ‘커피가 기억력 증대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긍정적 연구 주제를 의뢰할 것이 분명하다. 커피산업에 관계된 사람들은 다시 언론 보도를 인용해 커피가 몸에 좋으니 많이 마시라고, 이렇게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안심하고 더 많이 소비해도 된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커피회사와는 이익관계가 상충되는 녹차 같은 건강음료를 출시하는 기업에서는 커피 카페인이 골다공증을 일으켜 비만 발생률도 높인다와 같은 연구결과를 보도자료로 제공해 언론에 로비를 할 수도 있다.

이런 보도를 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커피는 건강에 좋은 면도 있고 다른 한편 나쁜 면도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러니 과음해서는 안 되고 하루 한두 잔 정도는 적당할 것이라고 애매한 결론을 내릴지도 모른다. 언뜻 객관적인 결론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하루 한 잔, 두 잔이 적당한가. 누구에게나 적당한 양의 기준이 있을까. 사람이 다 다른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을 결정할 수 있을까?

커피에 대해 이런저런 가설을 세워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연구 결과를 가만히 보자. 이 연구는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목적으로 수행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수행했는지, 누가 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인종, 사는 곳, 체질, 직업, 병력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또 어떤 커피를 가지고 실험했는지, 인스턴트, 블랙인지, 믹스인지, 원두커피인지, 원두라면 생산지가 어디인지, 설탕은 얼마나 넣었는지, 냉커피인지 뜨거운지 등을 따져보면 고려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지켜봤자 암 발병률을 커피 하나만으로 결론지을 수 있을까. 그 자체가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 여러 변수를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커피 하나만으로 암 발생률을 높이거나 낮춘다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오히려 커피를 마신 사람들이 카페인을 신경 쓰지 않고 즐기면서 마신 긍정적인 태도가 암 발생률을 낮춘 것은 아닐까.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밝혀냈다는 과학적 결론은 그래서일까. 커피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으니 마음대로 마시면 되지 않을까. 이런 연구결과를 가지고 서로 유리한 자료를 내세워 보도하고 인용하면서 과학적 입증이라고 하지 않을까. 그런 보도를 보고 사람들은 마시지 않던 커피를 마시게 되고 좋아하던 커피를 줄일 수도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됐대.

어떤 정보나 지식이 권위를 얻었다고 해서 그 내용의 진실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힘과 권력이 함께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학문과 달리 과학은 매우 객관적 중립적이라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과거의 과학이 종교나 권력의 힘에 의해 좌우됐다면 지금의 과학은 정치 자본의 힘으로 움직인다. 상업자본이 밤을 새우면 어떤 이론이나 학설은 얼마든지 과학이라는 이름을 빌려 권위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세계적인 학회를 열고 후원하는 세력이 거대 제약회사이며 학회에서 내놓는 연구 결과에 따라 새로운 기준이 생긴다. 정상혈압 수치, 혈당치 등도 결정된다. 정상 혈압을 120으로 정하는 것과 100으로 결정했을 때,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혈압 환자의 반열에 올라 약을 먹어야 하는 관리 대상이 될까. 우리는 이 세기 동안 국내외 여러 사례를 보면서 과학이 결코 순수한 학문의 영역이 아님을 이미 깨닫고 있다.

과학적 입증은 몰랐던 사실을 밝힌다기보다는 어떤 사실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얻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학적 입증을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근거가 없거나 비합리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과학적 입증을 거칠 이유가 없거나 경제적인 효용이 없는지, 아니면 입증하려면 연구 대상과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일 수 있다. 전자파 유해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럴 만한 연구 발표가 없는 것도 바로 거대 자본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집단, 혹은 그런 입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집단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힘이 있어야 할 세력이다. 우리가 대단한 과학적 성과라고 열광했던 것들이 내용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일들이 많이 있지 않았을까. 때문에 과학적으로 입증된 정보는 새로운 학설이 나오면 곧바로 뒤집히는 유통기한이 짧은 정보다. 그런 과학에 기반한 서양 현대의학에 내 생명을 맡기는 게 정말 합리적인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치유본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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