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찾아오고 싶은 기후변화를 위한 토론의 장이 된다는 사실을 한겨레 <기후변화&>인터랙티브 제작기_기억한다.

최우리_한겨레 기후변화팀장

한겨레는 국내 최초로 편집국 내에 기후변화팀을 만들었다.한겨레 기후변화팀은 웹사이트 <기후변화&>를 열어 기후소식을 제공한다.기후변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은 전문 웹사이트 제작 과정과 기후변화팀의 포부를 들어보자.편집자 주

지면에는 담지 못했던 기후변화 기사

2020년 4월 한국 언론 최초로 한겨레 편집국에 기후변화팀이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여름 스웨덴 기후변화와 관련된 10대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gberg)가 1인 시위를 시작해 기후변화가 세계 주요 뉴스로 떠오른 지 2년여가 지났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 문제가 뉴스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이전까지 언론은 정책부라는 틀 속에서 환경영역의 취재기자들이 기후변화의 주제를 담고 있었습니다. 한겨레는 이틀을 넘어 좀 더 자유롭게 취재하자는 취지로 새 팀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현 상황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기상청, 산림청 등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조합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당시 취재팀에서 최연소였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기사를 발굴해 쓰는 것뿐이었어요.

새 팀에게는 어려움이 있는 법입니다. 지면이나 온라인으로 기사를 표시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편집국 사회정책부에 속해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산적한 노동·교육 관련 뉴스 등으로 바쁜 데스크에서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편집 회의에 참석하는 다른 데스크의 벽은 더 높아 보였어요. 표제 기사는 항상 사회면 하단의 기사로 작게 실리기 일쑤였죠. 눈에 보이지 않는 온실가스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는 여전히 과학 및 환경 영역의 기사로만 인식되었습니다. 정치부와 사회부, 경제산업부, 국제부 등 기존 미디어 조직의 틀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사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국내외 언론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뉴스를 원하는 시민들의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사 쓰기가 좀 수월해진 듯했지만 여전히 기존 언론사의 틀로는 기후변화라는 융합 주제의 기사를 잘 다루는 데 한계가 뚜렷해 보였습니다.기후변화팀 디지털콘텐츠부로 옮김

2020년 가을 온라인 독자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한겨레도 지면 의존도를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면과 온라인 기사의 분리 제작 방식을 도입한 것입니다. 여기자는 지면에 관계없이 온라인 기사를 작성하고 에디터를 중심으로 선배 기자들이 이 기사들을 요약해 지면으로 편집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그리고 기후변화팀은 디지털 컨텐츠부로 이동했습니다. 코로나19나 노동문제 등 기존 정책부서에서 담기엔 기후변화의 주제가 너무 다양하고 폭넓기 때문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할 수 있는 팀으로 수많은 팀 중 기후변화팀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게 더 명확했습니다. 만약 기후변화팀 편제가 온라인 부서가 아니라 사회부나 사회정책부, 국장 직속이었다면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지면에 실어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기사들이 온라인 한쪽에 조용히 머무는 것을 몇 차례 경험했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문화 등 전통 부처 중심의 지면 운영이 더욱 강화되면서 기후변화팀 기자의 답답함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지원은 사실상 전무했습니다. 지면과 온라인의 분리 제작 원칙은 온라인 기사 중 의미 있는 기사를 뽑아 지면에 싣자는 취지였지만 환경과 에너지 등 기후변화와 관련한 똑똑한 정책 기사를 지면에 실을 여유가 없었던 흐름은 유지됐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조직의 판단이었고 조직원으로서 회사 탓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지면의 독자는 청와대, 정부, 기업홍보 등으로 축소되는 경향이 있고, 일반 시민의 반응은 포털 사이트에 얼마나 자주 공개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은 근본적으로 답을 찾아야 했어요. 콘텐츠에 자신이 있다면 유통방식은 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기사 검색도 잘 안됐는데요.”

2021년 봄 기후변화팀 팀장을 맡으면서 가장 고민한 것은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찾는 일이었어요.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가 줄어들면서 온라인 기사를 포털 사이트에서 읽는 독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매일 체감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한겨레신문이 쓴 기후변화 관련 콘텐츠가 꾸준히 축적되고 있었지만 홈페이지 내부 검색 기능조차 부족했습니다(다른 매체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과거에 내 기사를 검색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은 기자들만 아는 비밀이었어요. 기후변화에 관한 기사를 읽고 싶은 독자가 기사를 검색해도 기사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신문사의 부끄러운 현재 모습이었습니다. 독자와 소통할 책임이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한겨레 기후변화팀 기자 4명이 쓴 기후변화 뉴스가 한겨레 홈페이지에서 아카이빙, 노출, 검색조차 잘 안되는 현실을 바꾸는 일이 시급했습니다. 신문을 안 읽는 기후변화를 공부하는 한 청년도 신문을 잘 안 읽어서 한겨레에서 이렇게 다양한 기사와 칼럼을 쓸 줄 몰랐다며 기자의 생각에 확신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한겨레 기후변화 콘텐츠를 포함한 기후변화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주요 정보를 한눈에 보고 스스로 익히고 판단할 수 있는 친절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매년 언론사의 기획취재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관련 영상을 포함한 기후변화 콘텐츠를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홈페이지로 제작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제안서가 선정되어서 작업은 꼭 해야하는 숙제가 되었어요.-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 분석과 인터랙티브 제작

기자들이 사용하는 콘텐츠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기후변화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저장하는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정책 기사가 그렇듯 역사를 알아야 더 풍부한 기사를 쓸 수 있고 독자도 어려운 기후변화 소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류의 기후변화 대응사를 소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기본 지식이 없으면 독자들이 중고등학교에서 과학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막연한 감정과 짜증이 기후 변화에 대한 기사를 읽을 때마다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역사를 이끈 과학자들이 판단 근거로 내세운 기후변화 현상 자체를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기후변화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외에도 시민들이 기후변화 뉴스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 시민들이 직접 기후변화에 대한 팩트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데이터, 그리고 한겨레 기후변화팀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기후변화 관련 주요 국내외 뉴스를 모으는 홈페이지를 기획하였습니다. 아울러 시민들이 기후변화팀 기자를 통해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로운 소통 공간도 연계하기로 했습니다.기후변화 뉴스의 중심은 과학·환경에 국한되지 않고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뉴스는 환경과 과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자연스레 알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2년 동안 기후 변화라는 주제로 사회를 관찰했기 때문에 기후 변화의 중심은 과학이나 환경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는 정치, 경제, 산업, 국제 뉴스에 가까웠습니다. 과학·환경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과학과 환경 측면을 기본으로 할 뿐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라는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기사가 매우 많습니다. 세계의 정치 지도자와 기업의 움직임, 정책 감시 등을 실시하는 뉴스룸의 허브로 작용하도록 신경 썼습니다.

따라서 한겨레금융, 산업, 국제, 정치, 사회부 등 다른 부처에서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스도 1)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매체들의 버티컬 브랜드를 벤치마킹하고자 하였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에 소속된 기자로서 가디언과 뉴욕타임스 등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컨텐츠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보다 많이 참고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기후변화 버티컬 브랜드 시도가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아직 없는 데다 기후변화 뉴스에 대한 관심이 아직 낮은 한국에서는 레거시 미디어의 틀 안에서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1. https://grist.org/-4 명의 기자, 작가, 프로듀서, 그리고 연구자가 되는
  2. 4명의 기후변화팀 기자들은 기사를 쓰면서 21년 한 해 동안 줄곧 이 페이지를 만들어 왔습니다. 33년차, 31년차인 이근영 김정수 선임기자의 노력과 4년차인 김민제 기자의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기획이었다고 이제야 마음을 놓습니다.
  3. 과학, 기상 등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이근영 선임기자와 함께 과학자와의 네트워킹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갓 입문한 시민들을 위한 <기후변화 초급편> 강의를 제작했습니다. 기후기상, 지리, 도시, 에너지 등 기후변화에 관한 전문가 선정과 주제 선정, 대본 정리가 신문기자들에겐 어색했지만 마치 방송사 PD와 작가가 된 것처럼 움직였습니다. 프리랜서 영상촬영 편집전문가인 오혜림, 우영주 PD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환경 분야를 오래 취재해 온 김정수 선임 기자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해외 기관의 기후 변화에 관한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았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 콜로라도주립대 해수면연구그룹,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국제에너지기구(IEA),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데이터 원본을 직접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는 그래픽을 만들기 위한 자료를 직접 재분석하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 온실가스 배출의 원인인 화석연료 사용, 화석연료 사용량 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 지구적 산림·해양 생태계의 변화까지 시각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의 제작에는 한겨레미디어랩 부 테크영상팀과 디자인팀, 사진부가 협력해 주었습니다. 김민정 기자도 구글 영상을 활용해 한반도의 산과 바다가 지난 30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숨어있던 기후 피플의 따뜻한 응원

홈페이지2)가 완성된 후 한겨레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홈페이지를 소개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그 후, 기후변화에 마음으로부터 환영의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시민들과 일선에서 마주하고 있는 기후변화팀 기자를 통해 기후변화에 관심 있는 시민들과 접촉하고 싶다는 정부 관료들도 별도로 연락을 해왔습니다.

한겨레가 사용하는 기후변화 콘텐츠를 한곳에 모으는 홈페이지를 개설했을 뿐인데,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은 다소 부끄러운 일입니다. 기존의 제조업 관행이 아니라 뉴스 제공이라는 서비스업으로 거듭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기사를 쓸수록 기후변화 소식에는 답이 없을 겁니다.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지만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서는 이 대전제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부정하기도 합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주로 권력층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학이 말하는 바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를 토대로 각국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치적 논의를 넘어 시민들 스스로 판단력을 키워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공간이 시민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습득하고 관심을 지속할 수 있는 공론의 장으로 작용하기를 바랍니다. 그것만으로도 잘만 된다면 시간이 지나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홈페이지에 채우고 싶은 콘텐츠가 많아요. 기자들이 쓰는 기사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 칼럼을 통해 홈페이지를 풍요롭게 만들려고 합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신진 학자들의 논문도 이 공간을 통해 소개할 수 있으면 하는 꿈이 있습니다.

위 기사는 《신문과 방송》 2022년 3월호 취재기·제작기를 통해 “떠오를 때마다 방문하고 싶은 기후변화의 공론의 장이 되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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