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전통적인 경영방식은 재무적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지면서 전략적 사고로서의 ESG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18년부터는 ESG 활동을 하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ESG 투자’가 전체 운용자산의 20~40%를 차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규모는 40조5,000억달러(30조6,800억달러)로 2018년 30조6,800억달러(3경3,600조원)에 비해 1년 반 만에 31% 증가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연례서한에서 기후변화 위험이 곧 투자 위험이며 이 위험 평가를 위해 일관성 있는 양질의 주요 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환경지속성과 ESG 공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ESG를 염두에 두고 투자한다는 기조가 확고한 만큼 기업은 투자 확보와 주주 이익을 위해 ESG를 가볍게 볼 수 없게 됐다.
이 보고서는 2014년부터 공공데이터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의 ESG데이터를 분석해 온 지속가능발전소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및 뉴스빅데이터를 이용한 ESG Incident Analysis 시스템 분석데이터를 이용해 작성된 2020년 ESG 사건사고를 산업군별, 기업별, 이슈별로 분석한 정보를 개괄적으로 담고 있다.
분석결과 총 2,373개사의 분석대상 기업 중 474개사(19.9%)에서 ESG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ESG 문제 중에서는 2016년 이후 5년 연속 횡령 뇌물수수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 경영진의 도덕성이 한국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장 위협하는 문제로 나타났다.
2000여개 상장사 가운데 매년 ESG 사건 사고가 발생한 기업은 400여개지만 5년 전 64%에 이르던 지배구조 뉴스는 49%로 줄고 사회(48%)와 환경(2%)이 지배구조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소비자 문제와 공급망 리스크 문제가 크게 부각됐고 불공정 관행도 지배구조의 도덕성 문제 다음으로 많은 논란이 되는 이슈가 됐다.
기업의 ESG 성과가 실제로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 보고서의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ESG 점수가 높은 기업이 낮은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배당성향을 유지하면서 위험저항력은 더 높은 반면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ESG 이면의 중요한 철학은 리스크 관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접근방식을 취하는 투자자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ESG 요소를 투자 프로세스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ESG 기준이 낮은 기업에 투자할 경우 노동자 파업, 소송, 부정적 여론과 같은 다양한 위험에 포트폴리오가 노출돼 향후 수익이 저하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 대상의 ESG 관련 정보를 모니터링함으로써 리스크에 관해 보다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보 접근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24시간 방송되는 뉴스채널, 인터넷, 소셜미디어의 확산 덕분에 일반인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일반인들도 세계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이 발생해도 쉽게 알 수 있다.
일반 대중이 이런 투명성으로 무장하는 가운데 투자업계를 향한 세간의 주목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피플 파워는 이 업계의 형태를 바꾸고 있다. 자사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하는 기업들은 평판을 손상시킬 위험을 피하기 위해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의 주목은 기관투자가의 자금 사용처와 심지어 자산운용사의 자금 배분 및 기업 관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보에의 액세스 확대의 하나의 중요한 측면은, 데이터의 이용 가능성 덕분에 ESG 요소를 투자 프로세스에 반영하는 것이 용이하게 되었다.
규제 프레임워크가 개선되고 기업은 더 많은 ESG 정보를 공개해 ESG 투자지표와 툴이 퍼졌으며 외부 독립기관이 ESG 등급을 제공하고 새로운 ESG지표 덕분에 포트폴리오 벤치마킹이 가능해졌다. ESG 요소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설명하는 연구결과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