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통·호흡곤란 없는 협심증, 약물치료로 충분…스텐트 시술 불필요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팀 주도 5개국 임상서약치료, 고가 스텐트 시술과 효과 대등 확인 주변·신생혈관 막힌 관상동맥 기능 일부 대체

65만명가량의 국내 협심증 환자는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3개 주요 관상동맥 중 하나 이상이 만성적으로 매우 좁아지거나 막혀 있다. 하지만 5060%는 흉통호흡곤란 같은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주변에 있거나 새로 생긴 작은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 굵은 관상동맥 역할을 일부라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에게도 막힌 관상동맥 영향권에 있는 심장근육(허혈부위) 면적이 전체의 10% 이상이라면 막힌 부위에 스텐트(금속망)를 넣어 혈관을 넓히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의료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하지만 환자가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면 약물치료만으로 스텐트 시술과 동등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다국가·다기관 임상결과가 나왔다. 흉통·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없다면 상당한 비용과 합병증 부담을 감수하고 스텐트 시술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흉통, 호흡곤란,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스텐트 시술

박순정·이승환·이필현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팀 주도로 한국·대만·인도·인도·인도네시아·태국 등 아시아 5개국 19개 병원에서 관상동맥 일부가 완전히 막힌 ‘관동맥 일부 만성 완전폐색(CTO)’ 환자 815명(평균 62.5세)을 약물치료군과 스텐트 치료군으로 나눠 평균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다. 환자들은 2010년 3월~2016년 9월 사이에 치료를 받았다.

약물치료군 중 사망·심근경색·뇌졸중 발생 등 중증 합병증 발생률은 15.3%로 스텐트 시술군(15.8%)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두 그룹에서 추가 시술을 받은 재시술률도 약물치료군 11.0%, 스텐트 시술군 10.6%로 비슷했다.

장기간 지속된 동맥경화로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3가지 주요 관상동맥 중 일부가 만성적으로 막혀버렸지만 환자가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면 스텐트를 넣어 넓히거나 항혈전제와 협심증·고지혈증 약 등으로 약물치료만 해도 효과가 대등하다는 것이다.

관상동맥이 만성적으로 막혀 있는 정도가 심해지면 운동할 때 흉통과 같은 협심증 증상 등이 자주 발생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는 심장근육이 괴사해 심근경색 등 심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물·스텐트 치료군 모두에서 흉통 발생이 줄고 운동이 자유로워지는 등 삶의 질이 동등하게 개선됐다. 실제 절반 이상의 협심증 환자는 막힌 혈관 주변 혈관을 통해 혈액을 공급받기 때문에 심장 기능이 정상이고 증상도 거의 없거나 경미하다.

관상동맥에 조영제를 넣어 찍은 X선 사진. 왼쪽은 3개의 주요 관상동맥 중 2개가 뚜렷하게 보이는 정상인, 가운데는 이 중 1개가 크게 좁아져 있는 (빨간 화살표 부분) 협심증 환자, 오른쪽은 1개의 5개의 양이 완전히 막혀(빨간 직선점선) 보이지 않는 환자의 조영 사진이다./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 막힌 부위 길면 스텐트 시술 난도 · 위험 · 비용 동반 상승

연구책임자인 박 교수는 “관상동맥 일부가 만성으로 막힌 ‘만성 완전폐색’ 병변에 대한 치료 방침이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다기구 연구를 통해 치료 방침을 바꾸는 중요한 결과를 얻었다”며 “흉통·호흡곤란 증상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주변 혈관을 잘 치료하고 최적의 약물 치료를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개 관상동맥 중 일부 혈관이 막혀도 오랜 세월 주변에 새로운 우회로를 만들어 심장으로 혈류를 공급하고 심장 기능이 정상적인 경우 약물 치료만으로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승환 교수는 “스텐트 시술은 흉통·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을 느꼈을 때 하면 된다는 게 핵심 결론”이라며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도 막힌 혈관 주위에 다른 혈관이 잘 발달해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고 있다면 굳이 시술의 난도·위험도가 높아 고비용 스텐트 시술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 가지 주요 관상동맥 중 하나가 막혀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약물치료만 받아도 되고, 두 가지가 막혀 있으면 그 중 하나만 스텐트 시술을 받고, 하나는 약물치료를 받아 경과관찰을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며 “허혈부위 면적보다는 환자 증상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흉통·호흡곤란 증상 등이 지속되거나 심기능 저하, 부정맥이 있는 만성 완전폐색 환자와 혈전으로 갑자기 관상동맥이 막힌 급성심근경색 환자는 스텐트 시술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를 통해 치료 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 개의 주요 관상동맥은 길이가 개당 12~15cm 정도 된다. 그런데 막힌 부위가 5㎝ 내외가 되는 등 길면 스텐트 시술의 난도와 합병증 발생 위험,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관상동맥이 좁아진 부위 등은 1시간 정도면 스텐트 시술이 끝나지만 막힌 혈관 부위가 길면 2~3시간 정도 걸린다.

연구결과는 심장학 분야 최고 권위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 IF 18.88)’에 발표됐다./ 임웅재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VHQ1ZKL7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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