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환상이 있다. 아버지의 부모님은 아버지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엄마의 어머니는 내가 7살쯤 돌아가셨는데 따뜻한 할머니 이미지가 아니라 무서운 할머니였다. 유일하게 외할아버지만이 손녀에게 따뜻한 어른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말년도 좋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소소하게 농사를 지으며 혼자 살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병이 나서 혼자 사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아이들에게 짐이 된 것처럼 여기저기 떠밀렸다. 한 사람이 오래 모시고 피곤하면 데려가라고 형제끼리 싸우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찾아갔을 때는 큰아버지가 모셨는데 손님이 와도 누워 계셔서 말보다 기침을 많이 했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노인들의 아픈 모습, 슬픈 모습, 외로운 모습을 보며 이렇게 늙어간다는 것은 짐이 되고 비참하고 슬퍼지는 광경으로 내 눈에 비쳤다.
살다보니 나이 든 사람을 보면 저렇게 늙어가는 것보다는 저렇게 나이가 들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최근에 읽은 두 권의 책에서 닮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햇살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의 저자 유튜버 밀라논나 장명숙 씨와 미치앨범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모리.
우리는 잘 늙고 잘 죽기 위해 먼저 똑똑한 어른들에게 배울 필요가 있다.
첫째, 그들은 마음의 부자다. 지금 죽어도 인생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야.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잘 살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는 것을 한탄하지 않고 상황을 완전히 수용해 여유가 있다.
둘째, 이기적이지 않고 이타적인 사람이다. 자기 혼자 잘살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본인이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누고 죽음을 앞두고도 남아있는 세대를 위해 헌신을 다한다. 공동체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한다.
셋째, 넓게 열려 있다. 이들은 그릇이 크고 마음도 열려 있어 전 세대를 아우르며 주변에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다. 그들과 대화하는 것은 즐겁고 경험하지 못한 경험, 지혜를 배운다. 시야가 좁은 어른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지 않은 이유는 자신이 살아온 한정된 것을 남에게 강요하고 옳다고 우긴다. 시대가 많이 바뀌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듣기는 어렵다. 이렇게 늙으면 쓸쓸할 수밖에 없다.
넷째, 무겁지 않고 가볍다.욕심에 찬 노인들을 생각해 보아라. 짓궂은 놀부가 떠오른다.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손해를 죽어도 보기 싫은 사람, 아이들이 섭섭한 말을 했다며 “한 시간 동안 나를 잡아 내가 어떻게 아이를 키웠니”라고 말하는 사람. 얼굴 표정도 어둡고 무겁다. 똑똑한 어른은 표정도 가볍고 물건도 가볍다. 여기에 나는 유머러스까지 더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똑똑한 어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남의 시선에 맞춰 쓸데없이 살지 말고 정말 나답게! 자신다운 것이 제일 좋다고 한다. 엉뚱한 일을 쫓지 말고 자신만의 문화를 창조하라고 한다.
내 나이도 이제 42세, 중년에 가까워지는 노년을 어떻게 살지 생각하는 나이다.
멋진 노인이 되어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선 그들처럼 늙어가는데도 당당하게 살고 열정적으로 살아 후손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나라는 사람이 스스로 빛나야 한다. 자신다움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남이 아닌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탐구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열려 있어야 한다.
누구나 나이 들고 존경받고 싶어한다. 남에게 존경받기 위해 노력하기 전에 스스로를 존경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라.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스스로 존경할 수 있도록 썩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숙성시키는 과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