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명왕성을 죽였을까: 명왕성 킬러 마이크 브라운의 태양계 최초의 행성 퇴출기

[책] 나는 왜 명왕성을 죽였는가 마이크 브라운 지음 지웅배 옮김

언제부터인가 기억하던 태양계 행성.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나는 수금지 화목 도천 해명으로 외웠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에게 명왕성은 태양계 행성이 아니다. 나와 아이가 배운 태양계가 바뀐 것이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크 브라운이고, 이 책은 어떻게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됐는지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옛날에는 행성이라는 의미가 ‘하늘에서 움직이는 무엇인가’였다고 한다. 오래전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도 하늘에 있는 일곱 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달, 태양. 그래서 요일 이름도 일곱 행성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1701년 허셜이 새로운 별똥별인 천왕성을 발견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별은 발견됐다. 세레스, 팔라스, 주노, 베스타, 몇몇 작은 행성과 해왕성까지.. 그러나 1900년 이후에는 태양계에는 8개의 행성이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여겨졌으나 1930년 클라이드 잠자리가 명왕성을 발견하면서 9번째 행성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문제가 된 것은 카이퍼 벨트(태양계 외곽에 존재하는 수많은 소행성 무리)가 발견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때부터 명왕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고.

저자는 하늘에서 새로운 별을 찾는 천문학자다. 하늘에 있는 새로운 별을 찾아 이름을 짓는 일을 하는 현존하는 거의 유일한 천문학자라고 한다. 그러던 그가 2002년부터 새로운 천체를 발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천체를 발견해 명왕성이 행성으로 불릴 정도의 천체인지에 대해 논란을 일으켰다.

팔로마산 천문대에서 48인치 슈미트 망원경을 활용해 사진 건판을 훑어보고 2년간 하늘에서 새로운 별을 찾는 작업도 진행했으며 디지털로 교체해 발전한 기술로 하늘을 보다 밝게 촬영하는 것을 이용해 별을 찾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명왕성 절반 크기의 콰오아라는 이름을 붙인 천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세드나라 최종적으로 이름이 붙은 플라잉 더치맨을 발견했고, 하우메어라는 이름이 붙은 산타라는 천체도 발견했다. 그리고 엘리스(제나), 마케마케(바니)까지 발견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해낸 것이다. 그동안 무수한 사람들이 관찰을 하고 결론을 내린 하늘에서 새로운 천체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1930년 이후 거의 70년 넘게 새로운 천체의 발견이 전무했는데, 명왕성과 크기가 거의 비슷한 천체가 3개 추가된 상태라 아마 천문학계는 매우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저자가 설명하는 새로운 천체를 확인하는 작업이.. 정말 보통 사람들은 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내와 평정심과 눈빛을 필요로 하는 것임을 느꼈다. 아무나 못할 것 같아.

심지어 발견한 천체에 대해 최종 확인하고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은, 먼저 발견한 행성을 다른 팀에 빼앗길 뻔한 일(다른 팀에서 먼저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저자 팀의 관찰 기록에 접근한 증거가 있었던 사건)까지. 지루한 과정으로만 여겨졌던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스릴 있는 사건도 포함되어 있음을 느꼈다. 먼저 발표한 사람이 임자라고 하는데 새로운 행성인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고, 먼저 발견한 사람에게 그 혜택도 주어져야 하기 때문에 단순하지 않은 과정인 것 같다.

이 같은 지지부진한 과정 속에서 저자는 딸 리라가 태어나 리라의 일상을 웹에 공유하고 아이가 말하기 전 수화로도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새로운 별을 발견한 것 외에 정말 신기했던 부분인데, 아직 말하지 못하는 아이와 수화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기분이 어떨지 상상이 안 가.

그렇게 모든 결정은 국제천문연맹에서 해야 하는 상황으로 2006년 8월 25일. 국제천문학회의 마지막 날에 명왕성은 투표를 통해 행성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명왕성은 거의 70년간 행성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명왕성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반발도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려는 천문학자였던 마이크 브라운은 오히려 명왕성 킬러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고 한다.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 천문학자라면 자신이 발견한 행성을 새로운 행성에 추가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텐데, 자신의 천체마저 행성이 아닐 수 있는 명왕성 제외를 주장한 그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판단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하늘에 떠 있는 새로운 별의 발견이라는 작업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고, 아직도 별을 찾으려는 천문학자들이 있다는 사실도 의외로 새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이크 브라운이라는 천문학자가 과학에 대한 합리적인 태도와 새로운 별을 찾으려는 그의 열정에 감탄이 느껴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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