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 숲에 가면 입구만큼 무성한 풀을 모두 제거하고 길을 넓혀 놓았어요. 잘려진 풀숲에서 깊은 풀내음이 느껴집니다. 숲이 가을을 맞아 쓸쓸함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살며시 부는 바람에서도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올해는 이 가을을 넘기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은근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해가 짧아지면 숲에서 나올때쯤이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숲에 갔다 오면 어떤 때는 생기를 얻기도 하고 어떤 때는 사무치는 심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치유되기도 하죠. 이번 가을에는 더 깊이 생각하게 될 거에요.
숲의 쓸쓸함 때문에 중년 남성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고, 지금의 모습이 중년 남성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숲에서 중년 남자들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혹시이글이불편하신분들이계시다면양해부탁드립니다.
40대 중반, 50대, 60대 중년 남성의 모습이 올가을 숲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길에서 나는 그냥 내 갈 길을 가는데, 앞 딸들이 중년의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잽싸게 사라져요. 여성이거나 젊은 남성이었다면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겁니다. 중년남자인저도뒤에중년의남자가따라오면불편할때도있습니다. 그렇게 중년 남자는 사회에서 서서히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어떤 때는 골칫덩이로 전락하기도 해요. 집에서는 더 큰 문제예요 경제 생활을 하려고 해도 얼마 안 남아서 불안해져요 본의 아니게 실직해 버려, 집에서 쉬거나 은퇴한 중년 남성은 집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이들도 경제적인 것이 뒷받침되어야 원만한 관계가 유지되고, 돈이 없으면 아이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질 수 있습니다.
설마 아이들이 자신을 부양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분가하고 나서는 아이들도 자기네 살림이 더 바빠요. 시대가 바뀌어 아이와 산다는 것 자체가 모세가 홍해를 가른 것과 같은 기적이 될 것입니다. 내 자식은 살아 있다고 할지 모르지만 며느리나 사위는 결코 함께 살지 않게 된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중년남자들이 어떻게 잘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봤어요.
첫째, 가정에 헌신해야 하지만 본인에게도 꼭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좋아하는것을위해서는어느정도지출을해서나만의좋아하는것을찾아야합니다. 지금까지 헌신만 한다면, 이제는 본인에게도 투자를 해야겠어요. 그동안 잘살아온 본인에게 수고했다고 투자를 해야죠.
둘째, 좋아하는 일에 투자는 하지만 생산적인 일로 이어져야 합니다.
아들아, 돈 공부를 해야 한다의 저자 정선영 씨는 은퇴 후 글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경제적 소득도 얻어 직장인 때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의대 이완재 교수는 지난해 8월 은퇴하셨는데 암을 연구하는 곳으로 다음 날 바로 출근한다고 들었어요.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좋은 일을 해 보지만, 중년은 좋아하는 것도 경제적인 이득을 보는 것을 찾아서 해야 합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경제적인 소득이 있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해요.
셋째,부부간에화목한것은좋지만적당한긴장관계가있어야한다고생각합니다.
부부가 거의 1년 365일 간병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저도부부가항상함께있고아파트에다닐때도손잡고있는부부의모습이굉장히부러웠습니다. 근데 지금은 아니에요 부인은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면 스트레스가 풀리는데, 남편이 항상 같이 따라가자고 하면 그것도 스트레스겠죠. 남성분도 아내와 함께 있으면 사회에 친구가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부관계는적당한긴장관계가있어야한다고생각합니다. 배우자에 대해 심하게 집착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러면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집니다. 남자가 은퇴하고 앞으로 잘해야겠다고 아내의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수행비서 역할을 하는 것은 그 남자가 은퇴 후 준비를 전혀 안 한 거예요.
넷째, 나만의 비밀통장을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가정에 헌신했다고 해서 모든 걸 바치면 되는 가장으로 기억되긴 해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 수중에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비참하게 됩니다. 부모가 돈이 없으면 아이들도 별로 찾아오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매달 가족 몰래 얼마씩 저금을 해두어야 해요. 학력,직업,명예로부터자존심이생기는것이아니라돈에서자존심이생깁니다. 남자의 자존감은 돈이에요.
아직 준비할 시간은 많이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정성껏 준비하면 온 만큼 더 가야 할 삶이 온 것보다 더 화려해질 것입니다 중년 남성들이 어깨를 꼿꼿이 펴고 자신감 있게 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