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전절제 및 좌측 림프절제) 치료기 [22] 강남세브란스 정기검진(CT, MRI)

이번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아 다음주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블로그를 그때 사용하면 기분이 나빠질 것 같아 차라리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지금 남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남겨본다.

2022년 6월 28일 화요일

바람이 태풍처럼 불던 아침 머리를 야생마처럼 휘날리며 강남 세브란스로 갔다.

오늘 일정은 채혈, CT, 진료.CT 때문에 금식하고 갔다.

11시 15분경 도착해 채혈실로 갔으나 대기 없이 바로 채혈.이렇게 안부 불명한 것은 채혈실이라니 낯설다.

시간은 빠르지만 영상의학과에 접수하러 가봤다.접수하고 11번 창구로 가면 12시 10분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물도 못 마시고 밥도 못 먹은 상태에서 대기하려고 하면 곤란하다.에어컨이 켜진 외래약국 앞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CT를 찍으러 다시 갔다.

상의만 갈아입고 조영제 바늘을 꽂았는데 간호사 선생님에게 혈관이 약해서 앞에 놓았다며 팔에 못하면 손에 쥐어도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왼팔에 성공적으로 꽂아줬다.테스트를 해 주셨는데 혈관 괜찮다고 해주셔서 다행이에요.

수술 후 왼팔 혈관이 너무 약하니 전에 오른팔로 피를 뽑으라고 해서 1년 넘게 왼팔을 쓰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왼팔에 뭔가를 꽂으니 어색하다.조영제를 맞아서 혈관이 터질 것 같아서 너무 긴장하면서 찍었다.Neck Chest CT 찍고 나왔어

옷 갈아입고 밥 먹으러 고고. 오늘은 밖에 나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애매한 것 같아 또 맛없는 병원 식당에 갔다.

점심시간이라 식당이 꽉 차서 앉을 자리를 겨우 찾았다.돈까스를 주문했는데 음식을 너무 오래 기다려야 했어.혹시나 했는데 또 맛이 없었다…. 강남세브란스 맛있는 메뉴를 알려주실 분…?

밥을 먹고 갑상선암센터에 접수하러 갔는데 못 본 기계가 있었다.전에 친구가 도착 확인하고 밥 먹으러 갔을 때 도착 확인이 무슨 뜻이야? 생각했는데 이게 말이었어.너무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도착 확인부터 찍고 밥 먹으러 가자. ㅎㅎㅎ

기계에 바코드를 찍자 이런 안내지가 나왔다.

그리고 그동안 벗기지 않았던 보험사 제출 서류를 한꺼번에 떼려고 이런 종이도 썼다.갑상선암센터 접수창구 앞에 놓인 이 종이에 적어 진료할 때 간호사에게 보여주면 된다.

오늘도 별일 없겠구나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CT에 뭐가 보인다고 하셨다.

처음에 Tg가 90 이상으로 올라갔네요라고 하셔서 어? 했는데 저 정도는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면 추세를 볼 테니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CT 결과를 잠시 살펴보니 CT에 뭔가가 보인다고 하셨다.그동안 초음파로 보이는 게 없었는데 CT에서 예전보다 조금 커진 부분이 보이면 그것 때문에 Tg도 올라갔을 수 있다고 하셨다.문제는 여기는 수술이 쉽지 않은 부분..

간호사 선생님이 MRI를 당일에 찍을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뭐가 보이는 위치가 어딘지 손으로 알려줬는데 제가 지난해 9월부터 목 오른쪽에 무언가가 닿겠다고 했던 그 위치.^^ 성대 바로 옆… 전에 제가 뭘 만진다고 했잖아요^^…. 그게 벌써 몇 달 전인데… 태진이를 봐주신 윤*준 선생님이 CT를 안 찍어주셨으면 모르겠지만 더 재울 뻔했어… CT는 좀 오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갑자기 감사합니다.

이 부위는 여러 구조물이 복잡해서 수술에 들어갈지 판단이 중요한데 CT를 보면 수술을 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진 것 같다고 하셨다. 빌어먹을..

운 좋게 MRI 취소석이 하나 생겨서 바로 찍을 수 있다며 MRI를 찍고 재진료하러 오라고 했다.

MRI 찍으러 가기 전에 원무과에서 비용 안내를 받고 찍으러 가라고 해서 원무과에 잠시 대기하고 갔는데 이것도 하이패스가 되기 때문에 설명할 게 없다고 합니다.뭐 엄청 비싸다고 생각하면 2만 얼마…CT보다 저렴한 MRI..MRI 촬영소는 지하식당 옆길을 벗어나면 애매한 위치에 있어 잠시 망설인다.

상하 가운을 입고 나오라고 했어.그리고 조영제 들어가는 바늘을 찔렸다… 이제 양팔에 채혈 CT 찔렸다고 하니까 채혈 쪽으로 찔러줬다. 내 팔 오늘 너무 수고했어.

대기를 약 40분은 한 것 같다.위급한 환자가 있어서 그 분이 먼저 하셨다고 한다.

앉아서 기다리면서 ‘재수술이라니…’ 이번에 수술하면 목소리 잃는 거 아니야? 목소리가 안 나오면 어떻게 살지? 표적치료제나 항암제로 할까? 항암제 해도 되니까 목소리는 지켜줬으면 좋겠어. 이것저것 과도하게 치료하려던 첫 주치의 선생님이 옳았다…”이런 잡념을 잠시 후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자 그저 멍해졌다.

안내 영상을 보면 MRI를 찍을 때 조영제를 맞는 경우도 있고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하필이면..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검사 중 견디지 못하면 손에 쥐어주는 버튼 등을 누르라고 했다.학교 다닐 때 피험자 알바로 뇌과학과에서 fMRI를 찍어봤는데 그때는 별로 무섭지 않아서 이게 그렇게 무서운 건가? 생각했는데 나중에 해보니까 너무 무서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디어 내 차례가 와서 3시쯤 들어왔어.머리가 움직이면 안 된다고 이상한 테두리 안에 머리를 얹고 누웠다.기계가 시끄러우니 사용하라고 귀마개를 주었고, 머리를 고정하는 스폰지 같은 것을 양 볼에 끼고 꼼짝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한숨을 크게 쉬거나 침을 삼키면 영상이 흔들린다고 하셨다.이 말때문에 숨쉬는게 의식되어서 검사내내 몸에 힘을 주어 온몸이 아파

검사를 시작했는데 와, 정말 공포감이 장난 아니였어.기계가 내 얼굴 앞에 있어서 소리가 너무 컸다. 원! 원! 원! 원! 이대로는 에엔! 에엔!!! “에엔!!!” 하면서 음의 종류도 바뀌었다.기계 내부가 뜨거워져 더 무섭다… 다리는 차갑지만 얼굴은 따뜻하다.내가 숨을 너무 쉬어서 영상이 흔들리면 어떡하지? 심장은 또 왜 이렇게 빨리 뛰니 심장아 나오지 마… 이러면서 몸이 긴장되고 더 힘들었다.마지막으로 조영제 들어갑니다. 지금부터 6분 정도면 끝날 것 같아요.MRI 조영제는 들어와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3시 40분쯤 검사를 마치고 나왔다. 나가 앉으니 머리가 어지러웠다.혈관에 박힌 것을 빼고 가려운데 없냐고 물어봤는데 그런 일은 없는데 어지럽다고 했다.자기장 때문에 그럴 수 있으니 잠깐 앉았다가 가라고 했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진료를 보러갔다.

딱 그 위치 말고 다른 데는 안 보이는데 그 위치가 성대신경이 들어가기도 하고 그런 위험한 곳이라서 문제.의사 혼자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 갑상선암센터 차원에서 다 같이 회의 좀 하고 알려준다고 하셨다.뭔가 보이는데 이걸 수술하는 게 유리한지… 다음주에 전화진료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알려준다고 하셔서 다음 진료예약도 안하고 씬지 처방전만 받고 나왔다.

마음이 복잡한 상태로 집에 왔다. 재발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그날이 너무 빨리 다가온 것 같아 병이 두렵기도 하고 삶이 허무하기도 하고.근데 재발이라고 해야 되나… 저번 수술 때 너무 위험한 위치여서 다 제거하지 못한 건 컸지 않을까 싶은데…

다음주까지는 마음이 복잡할 것 같아서 조금 더 바쁘게 지내려고 한다.재수술은 제발 하지말구…목소리를 살려주세요..

저번보다 30가까이 올라간 노답Tg과

오늘 고생한 두 팔…

혹시 모르니 다시 파워 운동 모드로 들어가자. 기운을 좀 차리면… 다음 주까지는 불안+비관 모드지만 뭐든 정해지면 또 그걸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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