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2021) 심채경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주목한 심채경의 첫 에세이론 물리학자 김상욱, ‘씨네21’ 김해리 기자 강력 추천!

편집자 K의 추천이었나.글이 좋다고 해서 찾아서 읽었다. 평소의 나라면 선택하지 않았던 책이다.후후

그런 사람들이 좋더라. 남들이 보기에 저게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에 신나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다툼을 만들어내지 않는,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TV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을 바꾸는 영향력을 갖는 것도 아닌, 그런 것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신호가 도달하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곳에 한없이 전파를 흘리며 우주 전체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해.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할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국내 천문학계는 매우 좁지만 천문학의 범위는 천문학적으로 널리 관심을 갖는 대상이 너무 많다. 그리고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는 것은 외롭지만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저자는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타이탄 전공자가 돼 대학원을 졸업했다.어쩌면 한 번도 선정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절대적인 연구 주제가 되었을까.

‘타이탄’이 뭔지도 모르고 읽고 <우주의 이해> 강의 첫 시간 퀴즈에 동공이 흔들렸다.유니버스와 코스모스, 공간의 차이를 알고 있는가? 천문학은 그렇다. 동시에 천문학은 그렇지 않다와 같은 오해와 진실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했다.그래도 처음에는 쉽고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조금은 자신만만했다.하지만 2부 2과형 인간입니다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하지만 저자가 연구를 즐기는 모습을 자꾸 보여주니 대체 이 사람들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궁금하긴 했다.일이 그렇게 많아요?아니요, 여기가 좋아서요.”

책 코스모스를 저자도 끝까지 읽지 못했다는 점에서 위로를 받았다.그래서 이 책은 천문학만 알고 있으면 읽을 수 없어.생물학 화학 세계사 종교 미국 사회 분위기 천문학계의 상황까지 알아야 그의 위트와 감탄을 이해할 수 있다.괜찮지? 괜찮지? 라고 대답해 보고 싶은데 그렇지.아직 자신이 없어.좋은 작품이고 대단하다는 건 알지만, 뭐 꼭 나까지 그렇게 같이 좋아해야 하나 하는… 그 마음을 얘기해줘서 왠지 안심이 됐다.하지만 저자는 천천히 조금씩 읽을 생각이다. 새 번역본 나오면 사서 읽고 ‘아, 이 아저씨 또 사람 선동하네’라고 생각하는 게 우주를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인터뷰 요청을 받는 등대수의 심정이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천문학자들의 경우 ‘사회의 호소에는 대체로 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천문학을 비롯한 많은 과학 분야가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에서 연구비를 받고 있으며 과학계 종사자임을 밝히면 듣는 사람은 대체로 ‘오~’라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직업을 존중해 준다.물심양면의 지지를 받았다면 은혜를 갚아야 한다.물론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히 연구하는 것이 가장 큰 보답이며, 이처럼 기회가 주어질 때 대중과 소통하는 것도 부수적이면서도 중요한 임무다.저자의 이런 태도가 참 좋았다.국민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혹시 서로 감사하지 않을까.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에 대한 이야기도 신선했다. 그러다 고산씨가 왜 탈락했는지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가 면접을 보면서 겪은 경험도 공유한다. 박사학위를 가진 전문가가 아닌 잠재적으로 업무를 팀원에게 떠넘길 소지가 있는 ‘여직원’ 중 하나가 될 운명이 됐다.’엄마가 일한다는 것’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난 대상은 아픈 아이도, 달리는 엄마도, 뛰지 못하는 아빠도 아니다.

또 네이처 인터뷰 얘기도 나온다.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인터뷰 대상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 한 과학자로서 부끄러웠다는 얘기도 하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약기간이 정해진 박사학위 연구원이기 때문에 학문의 세계가 신성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않다고 했다.

어린왕자에 대한 팩트체크도 있다.이건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해서 이해가 되는지도 몰랐어.어린왕자를 만나면 저자는 해가 지는 것을 보려면 어디로 걸어야 하는지 은근히 알려준다.천문학자가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된대.ㅋㅋㅋㅋㅋㅋ

만원권 뒷면에 한국 전통 별자리가 나온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는데 새롭네.한반도의 옛 밤하늘을 그린 지도, 천상열차 분야 지도 내가 아는 것은 지폐에 나온 음모론뿐.

어릴 적 열심히 쳤던 피아노곡 ‘은파’ 이야기가 나와 한동안 기뻐했지만, 섣달 그믐날과 초승달의 차이도 몰랐던 나는 다시 한 번 케케. 위기를 느꼈다.소행성의 대습격으로 달이 만들어졌다니.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21세기 달 방문은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는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관심을 갖고 바라볼 것 같다.달 뒷면 얘기를 많이 한 이유가 있었구나, 달 기지가 생기면 앞, 뒤 어느 지역 부동산에 투자해야 하는지 명백하다고.ㅋㅋㅋㅋㅋㅋ

수십 년 만에 다시 달에 사람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위해 미 항공우주국은 여러 음악을 골라놨다.선곡 과정에서 지구인의 추천도 받았는데, 바로 지구 최강이라 할 만한 팬덤을 보유한 BTS의 곡이 일찌감치 우주 DJ 명단에 올랐다. 단순히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아니었다.많은 후보곡 중 <소우주>와 <134340>, 그리고 RM의 <문차일드>. 이렇게 우주를 소재로 한 노래가 뽑혔다.여기서 또 BTS를 만나다니.놀라운 일이야. 그들의 스펙트럼은 굉장하구나.<134340>은 명왕성의 또 다른 이름이래.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의 투표 결과에 따라 왜소행성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수금지화목토천해’까지 읊은 뒤 잠시 숨을 멈추는 바로 그 명왕성이라고 주장했다.ㅋㅋㅋ(작가님 글 정말 잘한다) 공식적으로는 명왕성을 134340명왕성으로 표기하면.행성이냐 아니냐는 논란은 여전하지만 명왕성은 위성 친구들과 중력을 주고받으며 오랫동안 멈추지 않는 그들만의 왈츠를 추고 있을 뿐이다.(왈츠너무 좋아).

한국에 배정된 별과 행성은 공모 결과 백두함과 한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왠지 비장하다. 왠지 K답다.그리고 이야기는 과학자는 무엇이고 연구자는 또 무언가에 대해 생각한다.과학자들도 에세이를 쓰느냐로 흐른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도대체 어떤 책을 쓰겠다는 거야?원고를 쓰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그 질문을 오랫동안 품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책장에 꽂힌 김준혁 작가의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아무거나 상관없지”

뭐든지 되려면 뭐든지 해야 한다고. 그리고 뭐든 하면 뭐든 좋다고 인생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그래서 안개 속의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글을 썼다. 그래서 ‘어떤’ 책이 되었다.요즘 세상에 과학자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며 그 질문은 다시 말해 지금 세상에 과학자는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무엇보다 또 좋았던 것은 이 문장이었다.”책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열 번의 계절이 지났다” 이전에 물론 이렇게 표현한 작가도 있었던 것 같은데 천문학자가 쓰면서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을까.몇 년, 몇 달 없는 계절이라고 표현한 것이 천문학자다웠다고나 할까.

별점★★★★☆진짜 관심 없는 분야인데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구나. 했는데 역시 뒤로 갈수록 내 눈은 허공을 잘 봤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은 내게 친근한 선생님 같았다.예전에 선생님 때문에 물리를 포기하고 지구과학을 포기했다는 친구들이 (물론 나 포함) 많았는데 이런 선생님이 있었다면 더 흥미를 가졌을 거라는 그런 선생님 말이다. (몰라, 이과 갔을 수도) 제목의 글꼴도 너무 예쁘고 챕터마다 그 글꼴이 계속 등장해서 더 좋았다.다음 책이 벌써 기대된다.왠지 독자의 요청에 응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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