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특장차부터 시작하는 완전 무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본부 동력소재부품연구그룹의 차현록 수석연구원 X맨 울버린의 최후를 그린 영화 로건 2017에서는 한순간의 등장에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오토트랙이 등장한다. 스포츠카 형태의 무인 트랙터가 앞서 달려 여러 대의 컨테이너를 동시에 견인하는 자율주행의 특징차다. 승용차의 경우 현재 안전 및 규정상의 문제로 자율주행 시 운전자가 반드시 탑승해야 하는 반면 일부 특장차 분야에서는 실제로 완전한 형태의 무인 자율주행을 앞두고 있다. 무인저속특장차 상용화를 이끌고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서남본부 동력소재부품연구그룹의 차현록 수석연구원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본부 동력소재부품연구그룹 차현록 수석연구원

▲무인저속 특장차, 인부들과 맞춰 달리며 길거리 청소=최근 승용차의 반자율주행 기능이 보편화되면서 무인주행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운전자가 없는 고속주행 상황에서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고 이를 보완해 주는 도로상황 인식 및 판단기술도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 현행 도로교통법에서도 자율주행 기능과 관계없이 차량 운행의 필수 요건으로 운전자 탑승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청소차, 폐기물수거차처럼 저속으로 운행되는 특장차의 경우 무인주행이 가장 빨리 현실화될 분야로 지목되고 있다. 도보 작업자와 손발을 맞춰 시속 5km로 주행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낮고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정해진 청소 구간을 반복해 운행할 뿐이므로, 매핑등의 기능도 실현되기 쉽다. 생기원 서남본부가 위치한 전남 광주에서 무인저속 특장차 기반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차형록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주거·산업단지, 공원 등 공공시설 부지는 매우 넓습니다. 때문에 소수의 청소 인부들이 전 지역에서 감당하기 어렵고 주로 어두운 새벽이나 밤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근무 환경도 열악합니다. 특히 도로 주변에서 활동하는 만큼 교통사고의 위험도 높습니다. 만약이때운행되는쓰레기수거차와폐기물수거차를무인으로자율주행시킬수있다면작업자의안전과근로환경이개선되고인력부족해소에도기여할수있습니다.

무인저속특장차규제자유특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차형록 수석연구원

전남 광주, 규제자유특구 선정으로 무인특장차 실증기반을 갖춰 현재 생기원에서 기업과 함께 개발한 무인특장차는 노면청소차, 산업단지 및 주거단지 폐기물 수집차, 공공정보 수집차 등 모두 4종이다. 하지만 개발이 완료됐더라도 상용화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 실증 테스트를 거쳐 주행의 신뢰성과 관련 빅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운전자 탑승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규제에서 벗어나 실제 도로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무인 주행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2019년 12월 광주광역시가 ‘무인저속 특장차규제 자유특구’로 선정되면서 그 기반이 마련됐다. 미래차 산업 육성을 희망하는 광주시와 자율주행 특장차 원천기술을 보유한 차현록 수석의 협업 결과였다. 이에 따라 특구 내 무인차량의 자율주행이 법적으로 가능해졌으며 생기원은 광주 관내 기업과 함께 다양한 자율주행 실증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규제자유특구란 지역 혁신성장과 균형발전을 위해 신사업과 관련된 덩어리 규제를 패키지로 완화하는 제도입니다. 자동차산업에 특화된 광주광역시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무인특장차에 주목하고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기 위해 의기투합할 수 있었습니다. 생기원의 주요 역할 가운데 지역산업 육성과 지원도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무인특장차, 통합관제센터 지원으로 330시간 500회 무사고 실적 달성!특구 지정 후 실제 실증은 올해 2월부터 시작됐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무인청소차 2대가 평동산단지와 우치공원 내 도로를 치우고 있으며 수완지구의 경우 2개 경로로 나뉘어 각각 산업단지용 주거단지용 폐기물수거차가 운행되고 있다. 공공정보 수집차량도 곧 평화단지 시범운행에 들어간다. 12월 현재까지 총 330시간 동안 500회의 실증테스트를 진행했으며 무사고 실적을 달성해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생기원 서남본부 내에 통합관제센터가 구축돼 운영에 들어갔다. 30기가헤르츠의 5G 전용망을 갖춰 국내에서 유일하게 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시설이다. 이를 토대로 무인특장차의 주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으며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관제사가 직접 개입하는 원격제어도 가능하게 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를 관련 기관·기업 등과 공유하고 있다. 무인특장차의 안전성과 활용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생기원 서남본부에 구축된 자율주행 양방향 통합관제센터

자율주행성능 UP!안전도 UP! 한편 차현록 수석연구원은 AI 자율주행성능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일반적인 자율주행 AI는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실제 도로현장을 정확하게 판단해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차량동력학적 기반인 ‘Physics Informed’를 AI에게 배워 AI가 원활하고 신속하게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어떤 차량이든 100km 속도로 달리다 갑자기 0km에서 멈추면 위험합니다. 그러나 AI의 경우는 그것을 알지 못해 더 큰 사고를 일으킵니다. 이때 자동차 동력학에 대한 물리적인 학습을 해주시면 AI가 보다 안전하게 차량을 제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자율주행차의 정확한 주행을 지원하는 기능도 개선되고 있다.운전할 때 첫 길이 어렵듯 자율주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기원에서는 고정밀도 지도 구축 시스템으로서 도로·지형·주변의 건물등을 cm수준의 3차원 입체지도로 만들어, 자율주행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실제주행전도로주행시뮬레이션시스템을통해비,눈,안개등의다양한도로상황을반영해자율주행이잘작동하고있는지를검증하고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완벽한 무인자율주행은 아직 현실이 되지 못하고 있다. 차현록 수석은 무인저속의 특징차 분야가 가장 빠른 상용화 속도를 보일 것이라며 조만간 무인주행시대의 물꼬를 틀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향후 AI 성능 개선, 라이더 센서, 카메라 등 부품 개발에 집중하고 보다 안전한 자율주행 환경을 만들기 위해 광주 광녹색산업단지 기업들과 함께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자율주행 특장차 산업의 메카로 거듭날 전남 광주의 미래가 기대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주거단, 지용 폐기물 수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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