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감빌역에서 오후 3시 40분에 말랑행 기차를 탔다. 소요시간은 무려 13시간 20분.말랑역에 아침 5시에 도착한다.
자카르타에서 말랑 가는 항공편이 몇 개 있는데 공항을 오가는 시간도 그렇고 오랜만에 밤 기차를 타보고 싶어서 좀 무리긴 했지만 기차를 예약했다.
기차 등급 및 예약, 취소하는 방법은 아래 포스팅 참조.
이번 인도네시아 여행으로 자카르타와 반둥, 말랑 등 3개 도시를 방문했다. 그리고 모든 구간을 기차… blog.naver.com
그랜드 인도네시아몰 마트에서 과일을 사놓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텀블러에 담아 감빌역에서 기차를 탔다.인도네시아 기차는 정시에 출발하여 정시에 도착한다. 실제로 기차를 타보면 13시간 이상 걸리는 이유가 멀지만 기차 속도가 매우 느린 이유도 있다.전반적으로 느릿느릿 기차가 움직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또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가 더 잘 들려 의외의 낭만도 있었다.
자카르타에서 말랑까지 가는 기차가 가장 시설이 좋지 않았던 것 같아. 그 뒤에 탄 열차는 넓어서 좋았지만 이 열차는 좌석 간 거리가 조금 좁아 전반적으로 오래된 열차 같았다.
감빌역 플랫폼
기차역 매점. 맛있는 군것질이 많았는데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중간에 식당도 못가서 배고파서 후회했다. 이때 사올걸 그랬어.
미리 넷플릭스에서 오프라인으로 저장해둔 드라마도 보고 책도 보고 음악도 들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13시간은 정말 길었다.
옆에 젊은 남자아이가 탔는데 번역 앱으로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 무슨 내용인지 보니 본인은 무슬림이라 중간에 앉아서 기도를 드릴 텐데 나에게 방해가 될까봐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나는 정말 괜찮으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했더니 계속 고맙다고 했어.
말랑까지 가는 동안 세 번 정도 기도한 것 같은데 정말 신앙심이 존경스러웠다.
가끔 졸고 과일도 먹고 멍하니 있다가 그래도 새벽 5시에 말랑에 도착했다.
오전 5시 마루랑역 도착. 소도시답게 기차역도 아담했다.이날 브로모 화산 해돋이 투어를 갈 예정이라 조금 아쉽지만 미리 전날부터 숙소를 예약해뒀다.그래야 도착하자마자 씻고 잘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고젝으로 택시를 불렀는데 새벽이라 전혀 택시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를 불러 숙소까지 이동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대부분 오토바이만 30~40번 탔는데 큰 배낭을 메고 앞에 작은 배낭까지 메고 오토바이 타기는 솔직히 좀 힘들긴 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 배낭을 메고 이비스 스타일링 호텔로 출발.
이비스 스타일링 호텔은 말랑역에서 10분 정도 거리다.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해가 뜨고 밤새 잠을 제대로 못자 피로가 많이 밀려왔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바로 누워서 자려고 했는데 호텔 문을 여는 순간 왜 그래. 너무 멋진 풍경이 펼쳐지고 잠에서 깨서 체력도 되살아났다.
유리로 된 풍경 정말 멋졌어.멀리 화산이 보이고 형형색색의 지붕의 부드러운 개울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정말 피로가 다 사라져 버렸다.
이비스호텔답게 가성비를 중시한 깔끔한 분위기도 좋았지만 높은 층을 배정받은 덕분에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였다.
밤 기차를 타고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 그 이상이었다.
아침 햇살이 드는 침실
호텔에 도착하니 아침 7시쯤 되었다. 구글 검색해보니 주변에 문을 연 카페나 식당이 몇 군데 있었는데 밖에 나가기 싫었다.이 좋은 분위기를 그대로 즐기고 싶어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컵라면과 드립커피로 호텔 방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행복하다고 여러 번 얘기했듯이.드디어 여행 온 실감이 났다.
컵라면과 드립커피까지 마시고 누워서 이 풍경을 한없이 봤다.마침 하늘도 푸르고 그림 같은 풍경이다.
브로모 화산 투어를 하고 온 날도 그저 너무 좋아서 이곳에서 룸서비스로 햄버거와 맥주를 시켜 먹었다.정말 좋다 말랑에 다시 오게 되면 꼭 이비스 호텔에 다시 묵을 계획이다.
호텔 내부는 정말 깨끗했어. 욕실도 좋았고 세면대가 밖에 있는 것도 좋았다.침구도 보송보송하고 호텔 직원들의 서비스도 훌륭했다. 그냥 음식은 별로였는데 그래도 햄버거는 맛있었는데 저녁에 배고파서 치킨스프를 먹었는데 이건 정말 못 먹었다.
다시 호텔방 내부를 살펴보면
그리고 조명을 켠 모습.
말랑은 사실 브로모 화산 때문에 온 곳인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마음에 드는 도시였는데 그 중 이비스 호텔 덕분에 좋아진 부분도 있었다.
누워서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풍경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처음에는 브로모 화산 투어를 마치고 바로 반둥으로 갈 계획이었지만 아무래도 피곤할 것 같아 하루 더 쉬고 출발하기로 하고 이비스 호텔을 3박 예약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냥 스쳐지나갔으면 너무 속상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