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도 이미 마지막 12월만 남았다. 올해 극장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큰 적자를 냈고 대작들은 내년으로 개봉을 미뤘다. 찬바람이 불던 극장가와 달리 OTT는 호황을 누렸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이 다수의 구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신선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오늘은 2020년이 지나기 전에 관람을 추천하는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8편을 선정해봤다.
익스트랙션
<어벤져스> 루소 형제와 <쏘> 크리스 헴스워스가 손잡은 이 작품은 직설적으로 몰아넣는 액션이 일품이다. 의뢰인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도시 전역을 손에 쥔 마피아의 소굴로 들어간 전직 특수요원 용병이 일이 꼬여 홀로 그곳을 탈출하는 내용을 다룬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적을 상대로 펼쳐지는 액션은 롱테이크를 선택했음에도 지루하지 않은 다채로운 구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내년에 같은 감독과 주연배우로 후속편 촬영에 들어가는 만큼 액션영화 마니아라면 꼭 볼 것을 권하는 작품이다.
반쪽짜리 이야기
장르는 로맨스지만 인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러브레터를 대필하는 일을 하는 엘리는 학교에서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동양계 가정 소녀다. 어느 날 그는 폴의 부탁으로 러브레터를 대필하던 중 그 상대에게 마음을 느끼게 된다. 동성애적인 요소를 가진 삼각관계를 보여주는데 핵심은 제목처럼 절반에 관한 내용이다. 인생은 나 혼자 완전한 것이 아니다. 더 많은 경험과 만남을 통해 절반을 채우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깊이 있는 드라마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부터 베트남전 이전까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전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폭력이라는 악마를 조명한다. 2대에 걸친 비극적인 이야기를 선보이며 평생을 사랑에 헌신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악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들 이야기를 펼친다. 추악한 신부 역의 로버트 패틴슨과 거친 세상에서 많은 것을 지켜야 하는 아들 역의 톰 홀랜드를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인상적이다. 시각보다는 내용 측면에서 잔혹하고 무거운 이미지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에놀라 홈즈
<이상한 이야기>로 떠오른 신예 밀리 바비 브라운의 매력에 푹 빠진 영화다. 셜록 홈즈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여성을 억압하던 시대에 맞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다뤘다. 유쾌하면서도 톡톡 튀는 전개가 인상적이며 셜록홈즈의 동생 에놀라홈즈의 시각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독특한 감각을 선보인다. 팬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에서 깊이 있는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점, 거대한 맥거핀이 오히려 혼란을 준다는 점은 아쉽지만 오락영화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올드 가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퓨리오사 역으로 걸크러시한 매력을 제대로 선보였던 샤를리즈 테론이 다시 한 번 여전사로서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영화다. 오랫동안 어둠과 맞서온 불멸의 존재가 세계 수호를 위해 힘을 합쳐가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액션을 통해 오락적 매력을 충족시키면서 불멸의 존재가 지닌 고민을 깊이 있는 드라마로 풀어내는 것. 속편이 기획된 작품으로 넷플릭스 히어로 무비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를 생각하면 꽤 잔인하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1968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평화시위가 폭력시위가 돼버린 사건을 다룬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시위의 주도자로 몰린 ‘시카고 7’이 말하는 자유의 가치가 영화의 핵심이다. 자유는 누구나 말하고 행동할 권리를 가진다. 이를 위해 존중받아야 할 것은 인권이다. 재판 과정을 흥미롭게 담으면서 가치 있는 부분을 나선형 형태로 보여주기 위해 깊이 있는 구성을 선보인다. 여기에 당시 이들과 함께 기소된 바비의 존재는 독특한 변속기 운전자이자 조커의 역할로 극에 매력을 더한다.
콜
올해 한국영화 화제작들이 잇따라 넷플릭스 개봉을 택했다. 상반기 ‘사냥의 시간’을 필두로 <차인표>, <승리호> 등의 작품이 극장 대신 넷플릭스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그 중 <콜>은 스릴감에 있어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무선전화를 통해 과거와 연결된다는 설정은 기존 타입 슬립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핵심은 그 대상이 조력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 통의 전화가 살인마 본성을 깨웠다는 영화의 설정은 독특하면서도 긴장감 높은 스릴러 매력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악녀로 변신한 신예 정종서의 연기가 큰 인상을 남긴다.
뭉크
연출 측면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영화로 3040 할리우드 세계를 그렸다. 영화사에 오래 남을 명작 <시민 케인>의 프리큐어 격인 영화로 시대에 흥미로운 상상을 더한다. 30년대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사회주의의 승리를 외쳤던 밍크가 40년대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시민 케인>을 써가는 과정을 교차로에 담아 극적인 완성도를 더한다. 국내 관객 입장에서 굳이 미국의 3040 정치와 할리우드를 이렇게 꼼꼼히 알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대신 이를 표현한 데이비드 핀처의 수준 높은 연출만으로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다.
- 이 기사는 온라인 영화 매거진 시넬리와인드에 최초로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