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올봄 출간됐을 때 인터넷 서점과 여기저기서 이 책에 대한 광고와 저자 인터뷰를 봤다. 광고와 인터뷰를 소개하는 데서 눈에 띄는 제목은 네이처가 선정한 미래를 이끌 달 과학자로 선정됐다는 문구였다.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우리나라에선 희귀한 행성 과학자, 그것도 우리 과학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져 있거나 대중에게 어느 정도 친숙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호기심에 많은 것을 찾아보았는데, 관련 글이나 기사를 읽은 후의 내 느낌은 “이 책과 저자를 너무 많이 내는 거 아냐?”였다.물론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여서 글이 얼마나 좋은지는 일단 배제하고 순수하게 책에 대한 광고만으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책의 완성도나 글이 좋다기보다는…. 심채경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한국에서 희귀한 달을 연구한다는 쪽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사실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가 문학동네니까 메이저급 출판사이기도 하고, 위에 든 네이처 선정 인물이나 달 과학자, 행성 과학자라는 다소 사람들에게는 생소하면서도 호기심을 갖게 하는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지만 어쨌든 한 달이나 되는 신간이 수두룩하게 나오는 출판계에서 꽤 많은 광고와 홍보를 볼 수 있었다.
그런 분위기 때문일까. 책의 완성도 덕분일까. 내가 구입한 6월에 이미 책은 6쇄를 돌파했고 최근에는 리커버 에디션까지 나왔다.아마 이런 선입견 때문일까. 선뜻 책을 구입해서 읽을 수가 없었는데 독서모임에서 선정돼서 급하게 구입했다.(좀처럼 과학 분야의 책을 뽑지 않는 모임인데 이 책을 선정한 걸 보니 그런 면에서 마케팅이 성공하지 않았나 싶었다.)
어쨌든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한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런 편견이 사라지기를 기대했다.
책은 에세이인 만큼 적당하고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천문학 관련 얘기가 나왔는데 그야말로 교양에 가까운 정도의 깊이에 딱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깊이로 등장한다.
1부에서는 대학의 비정규직 행성 과학자라는 주제로 대학에서 교양강좌로 ‘우주의 이해’라는 과목을 가르치며 해보고 있는 고민, 첫 시간에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내는 퀴즈, 학생들이 성적 관련 이의를 제기할 때, 혹은 학생들이 보낸 메일로 보내는 답을 싣고 있다.강의를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하는 온화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저자는 대학생 때 한국의 전통 과학의 자료를 갖고 천문학의 어느 부분을 연결시킨 경험을 썼는데 그 병과 조선 왕조 실록이 적힌 기록을 토대로 두 사람의 연관성을 연구한 논술은 흥미로웠다. 동양과 서양의 천문 기록을 보면 서로 잘 맞는 비교하고 재미가 있다고 밝혔다.그 경험을 토대로 강의를 하게 되었을 때 학생들에게 우리 사료에서 천문 기상 관측 자료를 찾고 무엇이든 자유롭게 분석하라는 과제를 준다는 대목을 보며 바쁘신 중에도 이런 강좌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다소 초조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을 하고 보고 거기서 어떤 결론을 스스로 낸 기쁨을 맛 본 학생들은 정말 짜릿했어. 생각했다.
천문대를 방문한 경험을 적어서 메일을 보낸 교양 수업을 받는 학생에 보낸 답장에서 저자는 ‘이런 강의들이 있다는 것을 접한 순간부터 강의를 듣겠다고 결정하고, 백퍼센트의 출석은 없지만, 수업을 듣고 과제도 하는 동안 천문학뿐만 아니라 과학 전반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혹시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한 거부감 같은 것도 조금 줄으면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과학관과 천문대 천체 투영관을 구경하러 가서 본다는 생각을 하면 그것이 내가 비전공자에 천문학의 강의를 하는 최대의 목표, 보람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이 부분을 읽으면서 중학생 이후 항상 함께 시간을 보낸 나의 친구가 떠올랐다. 어른이 되고 특히 각각의 직업을 가지고 아이를 기르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고 아이들이 나이 차이도 있지만, 방학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일년이 꼭 두번 가족과 방학에 아이들을 데리고 과천 과학관을 함께 갔다. 아마 우리 모두가 이런 걸 좋아하게 이런 연례 행사를 하는 게 아닌가 한다.(웃음)
천체 투영관과 태양 관측을 하고 예약한 수업에 들어가서는 아이들은 어느 정도 듣는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딴짓 하고 있는데 엄마의 우리셋만 계속 실험 도구의 만져서 들여다보고 질문한 뒤 보면 애들보다 엄마들인 한국이 더 관심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설명한 선생님들은 흥미를 제시하며 어린이들이 없는 우리에게 초점을 맞추고 질문에 대답도 하고 주고 설명을 하세요.(웃음)
과학관을 좋아하는 우리이라…그 글을 읽어 그런 기분에 공감이 생겼다.
친구의 한 사람이 공대로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실험하고 연구하는 직책을 가지고 있어 언제나 나에게 불만과 자신의 일과 관련된 문제를 토로하는 데 이 책에서 그 같은 생계형 교수의 현실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너무 가깝게 느껴졌다.
라도 독서회를 하면서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런 것이 아주 낯설었고 특히 자연대나 공대가 없을 경우 이런 게 생소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흥미롭게도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지만 우리 모임에서 나를 비롯한 이공 대학 출신들은 그저 그런 평가를 준 반면 국어 국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인문계 쪽들은 이 책을 굉장히 좋아하게 평가했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 중 한명은 자신이 책을 통한 지적 허영심이 좀 있는데 자신이 평소 몰랐고 거리의 한 천문학이라는 분야에 접근하기 쉽고 이만 다루면서도 흥미로운 글을 잘 썼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실 저는 책에서 저자가 칼·세이건이 코스모스를 본인도 읽으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못 읽었던 책이라며 칼·세이건에 대해서 너무 들이대면서 표현하는 것도 싫어서 사람을 선동하는 책은 질색이라며”나의 감동은 내가 스스로 느낍니다”와 비스듬히 된다고 쓴 부분을 읽고 실망했다.
사실 나는 칼 세이건을 무척 좋아하고 그의 저서 코스모스도 무척 좋아한다. 칼 세이건에 대한 애정으로 그에 대한 전기도 읽었을 정도다.그러나 실은 카르세강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존재였고, (그는 미국의 유명한 과학자가 등록할 수 있는 협회 같은 곳에도 다른 과학자들의 반발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의 대중적 인기를 시기한 많은 과학자가 있었고, 다른 수많은 과학자들처럼 과학자가 연구나 언론에 나오는 엔터테이너라고 표현한 천문학자 크리스 임피의 글을 싣는 중매체의 글에도 깊이 품지 않을 수 없었던 중매체의 책인 크리스 임피라고 표현한 천문학자 크리스 임피.솔직히 말해서 이 부분은 별로 기분이 안 좋았어. (웃음)
그런 면에서 아주 솔직하게 자신의 소신과 생각을 밝히는 저자라고 생각했다.자신이 왜 네이처에서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해 선정한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차세대 과학자로 지정됐는지에 대한 이유에 대해 너무 솔직하게 말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나도 네이처에 논문이 실린 것도 아니고 저게 왜 굉장한 광고가 되어야 하지? 했는데 책 속에 우연히도, 그리고 한국에 월 연구하는 학자가 없어서 그랬다는 너무나 솔직하고 겸손한 글에 조금 놀랐다.
2부 이과형 인간입니다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며 한국 우주인 이소연을 다뤘다. 전공을 바꿔 달에 대해 연구하게 되면서 네이처에 연락을 받게 된 이야기도 2부에서 나온다.어린 왕자의 해가 지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는 왜 이과형 인간을 언급했는지에 대한 진수를 보여준다. (어린왕자의 번역본에는 해가 지는 모습을 계속 보려면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면 된다고 한 구절을 보면서 저자는 일몰을 다시 보려면 의자를 앞으로 당겨야 태양을 향해 다가간다는 내용이다.)
한 수험생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메모를 책상에 적어놓은 것을 보고 이과생이 와서 속도에는 이미 방향 개념이 들어 있다며 속력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거나 녹색별 지구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지구는 별이 아니라 행성이라고 했다는 얘기엔 웃음이 흐른다.쓰여진 글의 맥락이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텍스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배제시키는 내 모습을 보면서 종종 남편은 너는 왜 그렇게 글을 쓴 글자 그대로 해석하니 공대생이 아닌가 싶어 단순하다고 생각해라고 말할 때가 많다.그런 생각이 들면서 너무 공감이 갔다
글을 그래도 정말 담백하게 잘 쓴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국 우주인 이소연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좀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과 한국에서 후속에 뒷받침할 프로젝트와 투자가 없었기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녀를 두고 오간 숱한 이야기.사실 나도 잘 몰랐던 이야기여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다카야마를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왜 우주에 결국 가지 못한 다카야마를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라고 스스로 자문하게 되었다. 결국 고산으로 가기를 원했던 한국 언론과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간 게 아닐까.
책을 다 읽고 난 뒤 은근히 감동도 받았고, 그래도 꽤 능숙한 천문학자라고 생각했다. 해도 만약 이 책이 문학동네가 아닌 비주류 출판사에서 광고 없이 나왔다면 과연 6쇄를 찍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여전히 지울 수 없다.
한번쯤 천문학에 입문할 만큼 관심을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 과학자이지만 에세이로 가볍게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낸 이야기를 부담 없이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흥미와 즐거움을 주는 책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