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

눈부신 하지에 맞이하는 우울과 잔인함

예전에 봤던 영화 ‘유전’이 너무 충격적이고 같은 감독이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영화다.<유전>은 공포도 공포지만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너무나 많았다. <미드소마>는 깨끗하고 화려한 화면에서 느끼는 공포에 대한 광고 카피 덕분에 못 본 적도 있지만 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다며 시도했다. <유전>을 끝까지 다 봤다면 <미드소마>의 공포는 그리 무섭지 않다. 잔인한 장면이 한 번씩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터무니없이 무섭다기보다는 잔혹하고 기괴한 느낌이 더 강하다.

이 영화에 대한 대부분의 리뷰는 영화의 배경에 있는 스웨덴 시골 마을의 광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폐쇄된 작은 마을의 광신이 영화의 주요 모티브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기괴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여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여주인공 대니(플로렌스 퓨)는 이런저런 이유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마을의 충격적인 하지제를 관람하면서 경악하고 괴이한 마을 사람들과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친구들에 대한 무관심을 보이다가 다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기뻐하다가 다시 남자친구에 대한 증오(?)에 휩싸인다. 이처럼 변화하는 대니의 심리가 기괴한 장면 속에서 의아함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 영화의 압권은 마지막에 보여주는 여주의 표정 변화인데,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이 원컷에 묶어 보여주는 듯하다. 솔직히 여주인공 역을 맡은 플로렌스 퓨는 특유의 쉰 목소리와 약간 우는 얼굴 같기도 한 시니컬한 표정 때문에 <블랙 위도우>나 <아줌마들>에서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미드소마> 마지막에 보여준 표정 연기로 그래도 이 배우가 주연으로 선정된 이유를 알 것 같다.

#미드소마 #플로렌스퓨 #아리에스터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