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처리된 내 얼굴 보는 기분 – 내 친구 ‘맹구’ 이창훈 이야기

모자이크 처리된 내 얼굴 보는 기분 – 내 친구 맹구 이창훈 이야기

자신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오늘 그런 경험을 했다. 그것도 그냥 사진이 아니라 유튜브 영상 속에서다. 동호회 PC방에 올라온 유머 영상을 보고 링크를 따라 다른 영상을 보니 갑자기 모자이크 처리된 내 얼굴이 나왔다. 언제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알기에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불쾌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내 친구의 근황을 소개하는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유튜브 영상 제작자가 미리 나에게 연락했다면 공개를 허가했을 것이다. 몰랐더라도 함께 모자이크 처리된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고등학교 동창이니까.

언제부터인가 ‘초상권’이라는 말이 나오고 ‘프라이버시’나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목으로 사진 속 인물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다. 같이 사진을 찍어도 그 사진을 공개할 때는 반드시 본인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절차를 생략하고 모자이크 처리를 해버린다. 자칫 초상권 침해로 고소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문이나 방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기사 또는 보도 내용 속 당사자를 제외하고 주변에 함께 찍힌 사람들은 대개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

그래서 공적이든 사적이든 단체 사진을 찍을 경우 나는 미리 “네칸 사진을 찍으면 인터넷에 공개되기 때문에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은 미리 말해라”고 분명히 밝힌다. 물론 같이 사진을 찍어놓고 삭제해 달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원한다면 그 사진은 삭제해 버리거나 꼭 필요할 경우 당사자의 얼굴만 잘라낼 것이지만 아직 그런 부탁을 하는 사람은 없다. 너무 내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어서 그런가봐.

어차피 오늘 내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은 바로 이 사진이다.

△ 해당 유튜브 영상을 아래 링크에 걸어두었다.

2005년 6월 11일 양평 용문산 등반을 마치고 발사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당시 숭실대 교육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던 나는 다른 모임에 가서 발사 자리에만 합류했다. 나는 발사 전문 산악 회원이다. 술잔을 들고 건배를 할 때 누군가가 찍고 그 사진은 제 블로그는 물론입니다. 동창생 산악회 카페에도 공개돼 있다.

원본 사진은 이렇다.

△ B, 맹구, 이창훈, 이상직

이 사진만 찍은 게 아니야. 여러 장이 있지만 같은 사람들이 나온 이런 사진도 있다.

△ B, 맹구, 이창훈, 이상직(오른쪽에 앉은 상직과는 며칠 전에 전화통화도 했다)

유튜브 영상 제작자가 어디서 저 사진을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맹구 이창훈의 근황을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좌우에 앉은 나와 내 친구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을 것이다.

맹구야, 이창훈.

△ 졸업앨범에 있는 내 친구가 봉남의 사진이야. 나는 이 얼굴이 더 좋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코미디언 또는 코미디언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는 1990년 3월 KBS2 코미디 하이웨이 코너 ‘첫사랑 주식회사’를 통해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이어 그해 7월 ‘유머 1번지’의 ‘맨손 청춘’ 코너에서 목욕탕 관리사 ‘이달용’이라는 팔풍이 캐릭터로 출연해 인기를 끌었고 그해 연말 KBS 코미디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듬해인 1991년 ‘한바탕 웃음으로’의 ‘봉숭학당’ 코너에서 ‘이맹구’라는 캐릭터로 출연해 그는 전국적인 스타가 됐다. 특히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그의 동작을 따라해 수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친구 이봉남(이창훈의 본명)은 정통 연극배우다. 동숭동에서 몇 번인가 그의 연극을 본 적도 있다. 1986년에는 서울연극연출가 그룹에서 최우수 연기상까지 수상한 그가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극으로 굳힌 연기력에 코미디가 더해져 자신만의 독특한 ‘맹구’를 만들어내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의 연기 인생에는 오히려 독이 되고 만다. ‘이맹구’라는 캐릭터로 굳어진 그의 얼굴은 다른 TV 출연작은 물론 정통 연극으로 돌아와도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는 데 방해가 될 뿐이었다. 결국 그는 연기를 그만두고 일반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맹구’를 기억하는 대중들은 ‘맹구, 이창훈’을 왜 TV에서 볼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 것 같다. 오래전 폐에 종양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는데 (수술을 마치고 나온 나와의 통화에서 ‘별거 아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으로 확대되면서 ‘이창훈 사망’이라는 연관어도 검색됐다. 그런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마 유튜브에서 그의 근황을 소개한 것 같고, 거기에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자료로 사용된 것이다.

사실 같은 날 등산을 하고 내려온 <독도는 우리 땅> 가수 전광태와도 사진을 찍었다.

△ 2005년 6월 11일 전광태와 함께

정광태 이창훈 둘 다 나에게는 고교 동기동창이다.

유명인을 동급생으로 만든 덕분에 옆자리에 앉아 찍은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돼 소개됐을 뿐이다. 내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됐다고 해서 기분 나쁠 건 없어. 왜냐하면 내 친구 이창훈을 소개하는 영상이기 때문이다.

근데 진짜 얘 요즘 뭐하고 있지?내일은 내 친구 봉남이한테 전화나 한 통 넣고 목소리나 듣자. ♣

※ 관련영상보기→http://youtu.be/VrJRlFS-V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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