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라이트의 3부작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봐서 뜨거운 놈들을 봤어야 했는데 넷플릭스에 뜨거운 놈들이 없어 지구가 끝나는 날을 봤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싫었으니 이 영화 역시 불온할 텐데도 잠 못 이루는 밤이었고, 와인 한 잔 하고, 와인 한 잔 더 마시고 싶은데 말하는 사람이 없어 대신 수다를 떠줄 영화를 찾다가 이 영화를 틀었다. 결과적으로 예상했던 싫음을 확인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지켜볼 힘은 있었기에 리뷰를 써본다. 한잔이긴 하지만 숙취가 되어버렸다.

영화는 취객, 게리킹이 나온다 대학 다닐 때 자주 나왔던 사람이야.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지만 이 마을에 12개 술집에서 맥주 한 잔씩, 총 12잔을 마시는 일종의 술집 투어가 있다. 골든라인이라 불리며 마을 사람들의 도전을 일깨운다. 인싸 중 인싸, 게리킹은 5명의 친구와 도전했지만 9번째 집에서 포기해 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완전히 아저씨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게리 킹은 이 골든라인에 도전하려고 한다. 그것도 옛 친구들을 모아놓고 말이다.

그럼 이게 우정이 두터운 남자들의 얘기야? 개리 킹은 왕년에 인기 있는 록스타였지만 지금은 그냥 늙은 알코올 중독자야. 다른 친구들은 모두 자기를 제대로 생각하고 있는데 개리 킹은 정말 트롤 안에서 트롤짓 트롤만 하고 있지. 친구에게서 돈을 빌려 쓰고 다른 친구의 빚을 갚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약속에 늦는 등 책임감이 전혀 없어 딴소리를 하거나 마냥 술만 마시려 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서 보니 묘한 몰입감이 있는 영화였다. 영화 중반까지 나를 이끌었던 감정인데 왜 대학 다닐 때 말도 안 되는 웃긴 일화가 많지? 친구들과 옥신각신하다가 저지른 사건 사고, 그리고 가끔은 20대 초반에 저지른 그 바보짓이 그립다. 그러나 이게 나이 들어 앞자리에 3번 붙였는데 그땐 왜 이러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소리와는 결별한다. 그러나 개리 킹은 여전히 20대 초반에 활력을 유지하며 킹은 여러 번 자유다라고 외친다. 주변 친구들에게 말리지 못하고 외치는 모습은 왠지 처절할 정도였는데 왜 자꾸 게리킹이 밉지 않은 걸까.

쳇, 내 안에도 갸리킹이 있으니까. 너무 순진해서 우정이 영원히 간다고 믿고 술 한잔에 모든 고민을 녹이는 밤이 더러 있을 것이고, 나이를 먹어도 옛날처럼 친구들과 함께 소리를 질렀던 그때처럼 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개리 킹을 닮은 자아가 이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개리킹 응원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불쌍하기도 하고. 이 남자가 너무 답답하고 미운데. 한편으로는 연민도 생기고. 이 모든 감정을 느끼는 나를 보면서 앞으로 나는 좀 더 튼튼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니 이걸 위해서 만든 영화는 아닐 텐데 왜 개리킹을 보면서 모든 걸 생각해.

사실 영화는 1/3 시점에서 반전을 겪고 그 반전 이후 제대로 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전 시리즈처럼 패러디가 난무하는 영화라고 하지만 내가 본 영화 패러디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예전 영화처럼 병맛 B급 코미디가 난무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로 이미 예견됐던 소감.




그래서 중후반 들어서는 집중력이 완전히 떨어진 채 영화가 어떻게 끝나는지 궁금해서 보았고, (너무 막무가내여서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예상이 잘 안 나) 끝났을 때는 와! 드디어 끝났다! 할래 ㅋㅋㅋ

저에게는 게리킹이 전부였던 영화인데 저 스스로도 이게 개인적인 소감이라고 생각하고 오늘은 추천이 아니라 단순한 리뷰였다. 개리 킹은 단순한 술꾼이 아니라 순수함을 가진 피터팬으로 스스로 날개를 잃은 것을 알지만 날개가 없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 더 밝게 웃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포장해도 망나니지만 그래도 영화라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고 보면 연민이었다. 개인적인 소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