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상 단장팀, 스타틴에게 변이암 면역적 치료 세계 최초 보고 “항암 치료, 인간답게 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치료제가 환자에게 쓰이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시판 중인 고지혈증 약으로 변이 암 면역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암 조직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찾아 환자에게 사용되는 치료제로 개발하겠습니다.(복잡계적응항암전략연구단 김인상 단장)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의사에서 연구자로 제2의 인생을 택한 KIST 복잡계 적응항암전략연구단 김인산 단장이 고지혈증약 스타틴을 KRAS 변이가 암 면역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스타틴은 이미 시판되고 있으며 안정성을 인정받은 치료제로 가격도 저렴하다. 독하다는 양약과 달리 의사들도 처방받아 먹을 정도로 안정돼 양약 보약으로 불린다. 스타틴의 새로운 발견은 고가의 항암면역 치료제 가격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운 항암면역치료 패러다임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스타틴 효능을 알았지만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이유를 밝혔지만 항암 치료는 1세대 화학 항암제 2세대 표적 항암제를 거쳐 3세대 항암면역 치료로 발전했다. 항암면역치료는 몸의 면역체계를 활용해 암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정상 세포의 손상 없이 항암효과를 지속시켜 주기 때문에 치료 경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암세포의 복잡성과 잦은 변이 등으로 항암 면역치료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환자는 30% 미만이다. 치료제 비용도 억대가 넘고 사회적 부담도 크다. 모든 암에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전체 암의 약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KRAS변이 암은 13세대 치료법에 맞춰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KRAS 암세포는 폐암, 대장암, 췌장암 등 치사율이 높은 암종에서 많이 나타나 치사율이 높다고 한다.
의사 출신인 김 단장은 환자들이 부작용을 우려해 항암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고통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연구에 몰두하게 된 이유다.
그는 항암 면역치료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고지혈증약 스타틴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스타틴은 오래전부터 항암효과에 좋다는 연구가 여러 차례 보고돼 왔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
김 단장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세포증식 관련 신호를 조절 억제하는 스타틴의 특징과 KRAS 돌연변이 신호 억제 특징이 KRAS 변이가 암의 생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스타틴이 단순히 KRAS 암세포사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항암에 대한 면역시스템을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다고 보았다.


김 단장은 종양동물 모델과 환자 유래 암세포에 스타틴을 처리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스타틴이 KRAS편이 암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것을 확인했다. 또 스타틴이 기존 항암면역치료에 저항성을 보이던 암면역환경을 변화시켜 항암면역치료의 효능을 더 많이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암의 종류에 관계없이 항암제와 스타틴을 함께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과거 항암제는 흑색종, 대장암 등 특정 환자를 대상으로 한 환자군을 모아 임상을 추진해야 FDA 승인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의학 발전으로 암의 종류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 범위가 늘고 있다며 스타틴도 KRAS 암세포를 가진 환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항암 치료, 사람답게 살라=김 단장팀은 스타틴 기반 약물 재창출 전략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암 치료를 위한 최적의 용법으로 찾아내고 제제를 개발해야 한다.
그는 경구용 항암 치료가 많지 않아 대부분의 환자가 내원해 병상에 누워 치료받는 데 시간을 많이 쓴다며 스타틴은 경구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큰 장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의 흡수 용량으로는 항암 치료에 사용할 수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흡수 용량을 늘리기 위한 연구 디자인을 대충 끝냈고 특허도 출원했다. 남은 것은 추가 연구와 기업과의 협업이다. 하지만 스타틴이 워낙 싼 데다 약물 재창출이라 약값(의약품 적용가격)이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뛰어들어 연구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한국에서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9년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3대 사인은 암, 심장질환, 폐렴으로 전체 사망자의 27.5%가 암으로 사망했다. 암 환자가 늘어날수록 사회적 비용도 늘어나는 만큼 꾸준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지만 투자 대비 수익이 불투명한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는 기업을 탓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김 단장은 연구에 그치지 않고 환자가 쓸 수 있는 길을 계속 찾을 계획이다.
그는 한때 불치병으로 불리던 암이 의학발전으로 극복될 수 있는 병이 됐지만 여전히 죽지 않을 정도로 최대 용량의 약을 쓴다고 할 정도로 치료가 어려운 병이라며 암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병이다. 앞으로의 항암 치료는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데도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경구용 항암면역치료가 될 것이라며 연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서울병원 조용범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했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for immunot herapy of cancer』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