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지난주 갑상선암의 비수술 치료를 위해 내원한 환자의 물음과 제 대답입니다. 2014년부터 갑상선암 수술을 망설이는 분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기 때문에 방치해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갑상선암도 전이되어 진행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수술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갑상선암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지만, 뭔가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환자들의 걱정도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갑상선암 수술을 둘러싼 논란

2014년 위 논문이 발표되면서 수많은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갑상선암 유행-검진과 과잉진단’이라는 제목만 봐도 그동안 과잉진단과 과잉수술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수많은 의료진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필요도 없었던 수술을 한 것이 들켜 버린 것으로 비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논문에 나와 있던 위 그림은 한국에서 갑상선암 발병률이 얼마나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1990년대 초부터 거의 코로나 같은 유행병이 퍼지듯 갑상선암 환자가 급증했습니다. 주황색 실선은 갑상선암 환자 수를 의미하고 주황색 점선은 갑상선암 중 유두암 환자 수를 의미합니다. 한국에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을 때 95% 이상은 유두암입니다. 유두암이 갑상선암의 여러 조직 유형 중에서 가장 진행이 느리고 치료 예후에도 좋아 유익암이라고 불립니다.갑상선암 수술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사망자 수는 비슷한가요?통계는 2011년까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한 해 갑상선암 환자는 약 4만명 정도가 새로 진단됐고 갑산선암 수술 건수 또한 4만건 정도였습니다. 진단을 받을 때마다 갑상선을 잘라냈는데 신기한 것은 갑상선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1990년이나 2011년이나 300명 정도로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방대한 검진으로 갑상선암을 찾아 모두 잘라냈는데도 사망하는 사람이 비슷하다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검사와 치료가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데 기여한 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갑상선암 수술 건수가 급감하고 있어요.

논문에서 온 메시지는 정말 강력했습니다. 논문이 발표되기 전인 2013년과 발표 후인 2015년을 비교해 보면 매년 새로 진단되는 갑상선암 환자 수는 4만 명 정도로 변화가 없지만 그 중 수술을 선택한 사람의 수는 42%나 감소해 2만 명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갑상선암 진단을 받아도 수술하지 않고 적극적인 추적 관찰을 선택하는 분들이 늘었다는 뜻입니다.

마침내 2016년 대한갑상선학회에서는 갑상선결절과 갑상선암에 대한 진료권고안을 개정하기에 이릅니다.
갑상선암의 진단 및 치료기준

초음파 검사에서 갑상선암이 의심되는 결절이 발견되면 세침 흡인 검사로 조직 검사를 실시합니다. 이때 개정된 권고안에서는 갑상선암의 위험도가 높은 경우에도 1cm 이상의 결절에 대해 조직검사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작은 결절은 경우에 따라 시행하며 특별한 검사나 치료 없이 지켜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양성결절로 보이는 경우 2cm 이상이 아니면 조직검사를 권고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후 수술하지 않고 그냥 기다리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단 1%라도 갑상선암이 자랄 가능성이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유두암의 경우 전이 및 재발 가능성이 크지 않으므로 제외하더라도 역형성암이나 미분화암 등 조직 유형이 다를 경우 전이 및 재발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 표는 국가암정보센터에서 취득한 데이터입니다. 국소 범위에 있는 갑상선암의 경우 100%가 넘는 5년 생존율을 나타내지만 일단 원격 전이되면 5년 생존율은 60%로 급감합니다.
갑상선암 비수술 치료 판단 기준에 따라 갑상선암 진단 후라면 더 진행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갑상선암의 진행 위험도가 높은지 여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검사 결과이며 음파검사에서 확인한 갑상선암의 형태, 종양 내부의 혈관 분포, 환자의 상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제가 갑상선암의 비수술 치료를 시도할 때도 초음파 검사 결과와 주변 림프절 전이 여부, 종양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2cm 미만에서 하나만 있고 주변 림프절 전이가 없고 모양이 좋을 때 비수술 치료를 합니다.
오늘은 갑상선암 수술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비수술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즉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전문적인 의료진과 면밀한 상담 후 치료를 결정하도록 하고, 가능하면 최소 3명 이상의 선생님의 의견을 종합하여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